책과 노닐다.
기자들의 BOOK 리뷰
‘일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
린다 그래튼 지음
인도의 뇌 전문 외과의사인 로한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지 않는다. 그는 2025년의 다른 많은 전문직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하루의 대부분을 자택 사무실에서 보낸다. 그는 원거리 영상회의 방식 중 하나인 텔레프레즌스를 이용해 중국 현지 의료진과 함께 뇌출혈 환자를 수술한다. 로한은 자국의 언어로 말하며 수술을 이끌지만 그의 말은 자동으로 현지 언어인 광둥어로 통역된다. 그는 일주일 내내 칠레, 영국 등지의 동료와 일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자택에서 거의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다국적기업에 다니는 질은 잠에서 깨자마자 밤사이 전 세계 동료와 고객들이 보내온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대신 아바타를 손보고 화상회의를 시작한다. 그녀는 회의 틈틈이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고 스마트 기기로 중국과 인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는 동료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오후에는 회사에서 마련한 공동 사무실인 오피스허브에 출근하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들 가상공간이나 화상통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일자리 사라질 두려움 버리고
일의 변화 예측·미래 요구 능력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자세 필요
미래 사회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불과 몇 년 앞을 예측하기도 힘들어지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든 사례는 오는 2025년의 하루 일과를 가상시나리오로 꾸며본 것이다. 올해 초 국내에 소개된 ‘일의 미래’(린다 그래튼 지음·생각연구소)란 책에서는 1차, 2차 산업혁명이 노동 전반에 대 변혁을 일으켰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현재 진행 중인 정보통신 혁명과 수명증가가 또 한번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대 전환이 일어날 시기로 인터넷, 소셜미디어, 디지털 기술의 탄생을 목격한 Y세대(1980년에서 1995년 사이 출생)가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되는 2025년이라고 지목하며 이 시기를 중심으로 기술발전, 세계화, 인구변화, 사회변동, 자원고갈 등을 핵심 축으로 일하는 시간·장소·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입체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저자는 특히 일의 역사와 의미, 인간과 일의 관계, 업무처리 방식, 인간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 종합해 2025년의 하루 일과를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더욱이 저자는 생동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30개국 200명의 현직 글로벌 인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예상하는 일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일터로 바뀌고 고령화로 인해 정년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미래 사회에서 어떤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중요하게 여겨질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일의 미래를 파편화, 외로움, 소외라는 부정적 모습과 더불어 협력, 참여, 창조라는 긍정적 모습으로 나눠 나름대로 탐구해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노동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든 긍정적으로 바뀌든 인간은 일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은 버리고 일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에 요구되는 능력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래에 특히 요구되는 능력으로 저자는 ▲관심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지적자본 함양에 투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깊은 우정을 쌓고 다른 사람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적 자본을 함양하며 ▲돈과 소비를 일의 중요한 목표로 추구하는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다양한 경험을 누리는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인식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래에는 대부분 백 살 넘게 살게 되는 등 수명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의학발달로 노화가 늦춰지면서 더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더 길어진 수명과 생산활동으로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할 것인가?기술발전이 만든 스마트 세상, 세계화의 증가, 수명과 인구 통계의 근본적 변화, 화석연료의 종말 등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변화 속도 역시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