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齒&通] 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상)

  • 등록 2012.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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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상)

  

최근에 상악 제2대구치의 sharp pain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일 년 전에 저작불편과 냉온 자극에 민감한 정도의 주소를 가지고 내원했었는데, 당시에 3회에 걸쳐 교합조정을 한 후 증상이 경감되어 더 이상 안 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해당 치아에는 gold inlay가 있었는데, 환자의 얘기로는 한지 1~2년 정도 됐다고 했습니다. Gold inlay가 되어 있는 치아를 예전에 교합조정을 해 봤으나, 극심한 통증으로 재차 내원한 환자에게 좀 더 지내보자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Inlay를 제거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편, inlay를 시술한 병원에 가 보면 의료분쟁의 위험은 줄어들어서 좋겠지만, 환자는 먼 곳에서 이사를 왔으며, 당장 통증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1~2년밖에 안 된 보철수복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해당 병원에 연락을 했습니다.  우선 거기서 실제로 보철수복을 했는지 확인도 하고, 시술이 이루어진 시점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sharp pain으로 인해 얼마 안된 수복물을 제거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의논을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진료중이라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는 직원의 답변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그냥 inlay를 제거했습니다. 


한편, 해당 환자는 먼저 시술한 병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고, 저로서도 그냥 충치가 좀 재발된 것 같다는 정도로 잘 설명을 했습니다. 게다가 해당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20~30만원의 보상을 위해 분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되어, inlay의 제거를 하였습니다. 


제거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는, inlay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안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뜯어낸다는 설명을 하였습니다. 만약 했던 곳에 가시면 초기의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뜯어내지 않고도 치료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도 하였습니다.  


제거해 보니 mesio-distal로 크랙 라인이 보였는데, 착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inlay의 접착상황은 intact한 것 같았습니다. 이를 통해 inlay의 변연누출로 인해 이차우식이 발생했다기보다는, inlay 시술 전에 우식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고, 또한 그 밑의 크랙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hamber를 개방하고 치수를 제거해 보니 fresh blood가 나오지는 않고 갈색으로 괴사된 조직이 액상으로 나왔습니다. 


아무튼 환자는 그날의 치료 이후에 sharp pain에서 해방되었고, 저와는 좋은 rapport 가 형성된 채로 근관치료와 코어 및 크라운 수복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환자의 진료가 끝난 후 점심시간이 되었고, 다시 한 번 통화를 시도했는데 다행히도 그곳 원장님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간의 경과를 설명했고, 이로 인해 의료분쟁이 생길 것 같지는 않는다는 설명까지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이런 설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내 진료가 잘못되었다는 겁니까?”라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덤벼든다는 표현까지도 썼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교합조정을 할 때 제대로 조치를 안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며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평소에도 치료했던 곳에 일일이 다 전화하느냐고 따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한 후 일방적으로 끊었습니다.  


그 분은 자기의 진료가 잘못됐다는 거냐고 여러 차례 따지면서, 자기는 명문대도 나오고 보존 수련도 받고 박사학위까지도 받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진료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답변하기를 진료가 잘못되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으며, 누구든지 최선을 다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선생님이 진료한 것에 대해 feedback을 해 드리는 거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환자와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들끼리 긴밀히 연락해야 하며, 서로 협조할 수 있는 것은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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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균
·대한치과의사학회 연구이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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