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13)] 의료인과 치과의사

  • 등록 2012.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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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과 치과의사


13

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1960년대 이후 개발과 성장의 시대가 있었다. 허허 벌판에 넓은 도로를 내고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 되고 낡은 전통가옥들은 헐리고 시멘트 건물들이 여기 저기 세워졌다. 개발과 성장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던 시대였다. 옛 것을 보호하거나 보존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가치를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서울 강남의 예를 들어보자. 몇 십 년에 걸친 강남의 개발로 그 넓은 땅에 아파트와 빌딩들이 빼곡이 차 있다. 강남에는 더 이상 건물을 지을 빈 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건물들을 부수고 재건축을 할 수는 더욱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존의 건물들을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지관리하는 것은 건물을 짓고 개발하는 것보다 가치가 낮은 것일까?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바뀌면 개발과 성장을 중히 여기던 가치에서 기존의 것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리를 치과의료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과거에는 기본적 치과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던 때여서 발치하고 보철치료를 하는데 높은 가치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비의 비중도 높았다. 즉 치아가 없어진 다음의 치료술식에 가치를 상대적으로 크게 매겼던 것이다. 이러한 의료시스템 하에서는 충치치료나 치주염 치료 같은 것이 소외되었고 예방이나 조기치료가 제대로 제공될 수 없었다. 크라운이나 브릿지로 수복하고 나면 지대치 발거로 이어지고 부분틀니, 총의치로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더욱이 최근 십여 년 동안 임플란트 치료의 회오리 속에 기본적인 치과치료들이 예전보다 홀대를 받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끼워 팔기의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사실 임플란트가 우수한 치료법의 하나로써 치과계에 기여한 바가 실로 크다. 하지만 임플란트의 등장으로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이전의 노력들이 많이 소홀히 되었고, 임플란트와 같은 비급여 치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치과계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치과계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급여진료 환자의 수마저도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기본적인 치과진료를 소홀히 한데 기인할지도 모른다. 


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은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인공적인 설치나 개발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구강상태를 건강하게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올바른 칫솔질을 교육하고, 정기검사, 예방과 조기 치료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치과계와 정부가 구축하고 이러한 의료행위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우리 모두가 부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요건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치과 의료계에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건강을 보호하는 쪽에 힘을 쏟지 않고 개발시대의 논리처럼, 치아를 너무 쉽게 발치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공물들을 설치하고 있다. 우리가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소흘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 모두가 국민의 구강건강을 고양하고 국가의 의료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진료에 힘을 지금보다 더 쏟아야 한다. 푸대접 받고 있는 예방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의료숫가를 부여함으로써 왜곡된 의료행위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과계의 정책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치과의사들이 스스로 자긍심과 자존심을 회복하고 진정한 의료인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류인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치주과학교실 교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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