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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당시의 조견당의 유일한 건물인 안채는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이 건물은 대부호가 집을 지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게 권력을 가진 권문세가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을 주춧돌로 사용하는데 조견당은 철저하게 자연석을 주춧돌로 썼다. 그만큼 권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대신 인근의 큰 자연석을 돈을 들여 옮길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자가 집을 지었다는 증거는 거대한 대들보에서도 보인다. 얼마나 큰 소나무 대들보를 올렸는지 대들보 위에 부재도 없이 곧바로 상량목이 세로로 놓여 있다. 이 대들보는 가로 지름이 1.4m나 된다. 나무를 다듬어 낸 것을 감안하면 목재전문가들은 수령이 최소한 800년은 된 것으로 유추한다.
조견당 건축의 백미(白眉)는 팔작지붕 사이에 새겨진 합각문양이다. 대게 합각은 그냥 회칠을 하거나 나무로 막아 아무런 멋을 내지 않는데 조견당에는 동쪽과 서쪽 북쪽에 모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런 건축방식은 궁궐에서나 행해졌던 양식이기 때문에 조견당 건축을 총감독한 대목장은 한양에서 궁궐을 지은 경력자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쪽에는 해가 뜨는 방향이어서 2개의 기단석을 놓고 해를 만들어 놓았고, 서쪽 역시 2개의 기단석을 놓고 달을 새겨 넣었다. 북쪽은 동쪽이나 서쪽보다 더 높은 3개의 기단석을 놓고 별을 새겼다. 하나의 기단을 더 올린 이유는 이곳이 조상의 사당을 모시는 곳이라 더욱 신성하다는 상징을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조견당은 ‘해와 달과 별을 품은 집’이 되는 셈이다.
지붕에 음양의 이치를 새긴 문양이 있다면 동쪽 벽에는 오행을 상징하는 화방벽(華芳壁)이 만들어져 있다. 화방벽은 흑·백·황·적 청색의 다섯 가지 돌을 다듬어 단을 쌓고 흙을 올려 놓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다섯가지 색은 전통적으로 동서남북과 정중앙의 오행을 상징한다.
이 집 소유주 김주태 선생(52)은 “이렇게 음양오행의 문양을 만들어 넣은 것은 집을 단순히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철학적 사유공간으로서의 공간을 의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견당은 대대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동체의 중심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상징하는 깃발도 보유하고 있다. ‘주팔정송삼등(周八政宋三登)’이 적힌 깃발인데 붉은 광목에 하얀색 글자로 쓰여진 깃발이다.
내용은 ‘주나라 때와 송나라 때의 정치와 세금법을 적용했을 때 가장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국 이 깃발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보이지 않는 엄격한 규율을 잡는 방편이 되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다. 김주태 선생은 돌아가신 선친이 족보보다 더 소중히 여긴 이 깃발을 보면서 구한말 나라가 어려웠을 때 의병을 모으는 깃발로도 사용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한다. 10년 동안 집을 지으면서 수천 명을 구휼했던 조견당 주인의 넉넉한 마음은 2000년에 작고한 김주태 선생의 모친에게까지도 이어졌다고 한다.
“언제나 저희 집은 손님들로 북적였어요. 모친은 국수를 만드시다가도 손님이 오면 절대 내치지 않으셨어요. 그저 ‘홍두깨 두 번 더 밀고 호박 좀 더 썰어 넣으면 된다’고 하시면서 손님을 극진해 대접했어요.”
김주태 선생은 최근 조견당으로 이사를 했다. 직장이 서울에 있어 주중에는 서울에 머물지만 주말에는 온 가족이 조견당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조견당이 가진 정신적 가치를 계승해 후세에게 전하겠다는 큰 원을 실현하기 위해 환지본처(還至本處)를 한 것이다.
“조견당은 이제 사람의 온기가 넘쳐 흐르는 고택이 될 겁니다. 저희 조상님들이 남겨준 고택의 외형을 복원하고 아울러 우리가 반드시 우리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가진 자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가문의 전통을 전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반야심경’의 “조견오온개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 세상에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우리 사회의 재물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하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모두 남겨두고 가야 할 공동의 소유물인 것을. 주천고택 조견당에서의 하룻밤은 우리가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여태동 / 고택칼럼니스트
#하룻밤 정보
최근 이 조견당의 소유자인 김주태선생의 가족과 낙향해 고택을 지키고 있다. 개방하는 방은 주로 바깥사랑채이고 손님이 많으면 안사랑채와 안채도 개방한다. 방은 고택의 분위기에 맞게 잘 꾸며져 있으며 안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신축한 화장실에는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갗춰져 있다. 비용은 작은방이 10만원 선이며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방은 20만원선이다. 이 비용에는 다음날 고택 앞에 위치한 영등포식당에서의 조식비용도 포함돼 있어 곤드레나물밥과 꼴두국수 등 지역 토속음식도 맛볼 수 있다.
예약문의=(033)372-7229, 010-6344-1667
#주변 볼거리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조견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지역한우 특성화 식당이 밀집해 있는 ‘다하누촌’이 있다. 또한 인근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인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영월지역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데 고판화박물관, 화석박물관, 인도박물관 등 30여개의 박물관이 있다.
역사속의 비극의 왕인 단종릉도 있다. 단종릉에는 소나무들이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이 굽어 있어 경이로움을 더한다.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1리 1196-1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방향에서 갈 때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신림나들목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주천방향으로 돌아 신림터널과 황둔과 솔치터널을 지나 신일사거리서 좌회전해서 들어오면 된다. 남쪽에서 올 때도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들어오면 된다. 강원도 동해쪽에서는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을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오다가 주천으로 들어오면 된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에는 주소를 치거나 ‘김종길 가옥’을 검색하면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