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齒&通] 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 (하)

  • 등록 2012.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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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의 의료윤리 (하)


<2058호에 이어 계속>

  

옛날 버전의 윤리헌장을 보면 치과의사는 동료치과의사들이 진료한 것에 대해 언급할 경우, 그것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2006년 이후의 새 버전에서는 그것이 좀 수정되어 동료치과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과 협조하여 국민과 함께 최상의 의료제도 정착에 힘쓴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예전 버전과, 그 이후 달라진 새 버전의 변천된 내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진료를 몇 년 하다 보면 다른 의사의 배려심 없는 말로 인해 곤란을 겪는 일을 한 두 번은 겪어 보셨을 겁니다. 많은 경우, 환자는 다른 의사의 말을 부풀리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한편으로는 의사가 실제로 다른 의사의 진료를 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폐단들을 겪어본 선배의사들이 치과의사 윤리강령에 동료치과의사들이 진료한 것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는 조항을 넣기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한편, 이것은 오히려 비윤리적일 수가 있습니다. 비양심적인 진료행위를 눈감아주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버전에서 그것이 수정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옛날 버전의 내용이 완전히 폐기되어선 안되겠습니다. 그 정신을 살릴 필요는 있습니다. 어떤 의사의 견해가 환자에 의해 주관적으로 부풀려져서 다른 의사에게 피해를 주거나 의료분쟁으로 치닫는 것이 방지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환자의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동료의사의 진료를 평가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제작한 보철물을 제거할 경우, 그것도 몇 년 안 된 것을 제거할 경우는, 제작했던 병원에서 의료분쟁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몇 십만 원을 주고 치료한 것이 못쓰게 되는데, 뜯어내고도 환자가 가만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제거하는 의사의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고려없이 함부로 제거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작한 보철물이 뜯어내지 않아도 될 것이 어디선가 함부로 제거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닌, 이성이 지배하는 인간세계에서는 분명히 정상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그래서 있는 것이 바로 회원명부입니다. 회원명부는 전국의 모든 치과의사의 병원과 전화번호 및 주소가 나와 있고, 출신학교나 졸업년도도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매년 혹은 격년제로 업데이트까지 되고 있습니다. 회원명부는 자신의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다른 곳에서 진료 받은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친목이나 그밖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진료확인을 위해 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1차적인 용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치과의사의 1차적 사명은 양질의 진료입니다. 병원 경영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도 아니고, 스포츠나 예술 활동도 아닙니다. 구강진료를 성실히 한 후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서 다른 것들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치과의사들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회원으로서 자동적으로 가입이 됩니다. 같은 회의 회원들은 환자의 진료를 위해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한 진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환자에게 소견을 얘기하기에 앞서 앞에서 진료한 의사와 먼저 의논을 하는 것이 에티켓이 되고 매너가 되겠습니다.  이런 행태는 잘못된 진료를 은폐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끼리 협력하여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긴밀한 연락 속에서 서로의 진료를 follow up 하고,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동료애를 발휘하여 수습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이나 낭비 등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진료실 윤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한 것에 대해 확인도 안 한 채, 환자에게 그 진료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병원에서 자신이 진료한 것을 물어올 때는, 사실관계 확인에 적극적으로 협조도 하고, 자신이 진료한 것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치과의사가 많아지다 보니 저가공세나 과장광고 등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다른 치과의사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유혹입니다. 다른 치과의원에서 했다는 보철물이 아무리 엉망인 것 같더라도, 제거하고 새로운 보철물을 하기 전에 되도록 해당병원의 의사와 의논을 먼저 했으면 합니다. 


환자에게는 되도록이면 했던 곳에서 Aftercare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환자가 거기 갈 수 없다고 하면, 해당 병원에 전화를 하여 사실관계 확인과 상태설명 등을 했으면 합니다.  통화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는 제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해당 의사로부터 배척을 받거나 하면, 환자에게는 완전히 사실대로 그 문제점들을 얘기해도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치과의사는 모두가 동반자들입니다. 도덕과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단합되어 치과의사의 권익을 서로 지켜주고,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진료를 위해 협조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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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균
·대한치과의사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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