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행복한 치과의사
우 미 나
부산대 치전원 4학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치의학전문대학원 4년의 과정도 이제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입학 전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서 치전원 입학이 내 삶의 모습을 180도로 바꿔 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동안 치의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술식은 물론이고 치과계의 문화와 지향하는 가치도 익혔다. 1mm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도 깨달았고, 어딜 가도 ‘치과’ 간판은 저절로 눈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으로 먼저 눈이 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 결코 길지 않은 4년 동안 내 생각과 삶의 모습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이제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고 나면 내 인생의 남은 반세기는 또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4학년이 되면서 이전 학년과 다르게 치의학 지식에 대한 강의 이외에도 치의학의 역사, 윤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등에 대한 여러 강의도 수강하게 되었다. 이 수업들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나는 어떤 치과의사가 될 것이며, 10년 후,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졸업하면 막연히 그냥 치과의사가 되는 줄 알았던 나에겐 초심을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 내가 원하는 치과의사로서의 모습을 위한 나만의 윤리 강령을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길지 않은 시간의 고민으로도 미래의 내 모습을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이러한 고민 없이 막연히 ‘치과의사’의 꿈만 꾸었다면, 졸업 후에는 치과의사 이후의 내 모습을 찾아서 한동안 갈팡질팡 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이루어 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 보았던 공상과학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현실 가능한 것이 아닌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보여주라’고 했던 것도 이러한 우리의 능력을 강조한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가치관을 지닌 치과의사가 될지, 또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삶을 마치게 될지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여전히 치과의사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상상력의 부족으로 인해 구체적인 모습이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길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인문학 분야의 책이나 문화도 많이 접하고, 희로애락의 감정과 인간으로서의 감성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치과의사 선배님들도 학창 시절에 이와 같이 미래에 대한 모습을 상상해 보며 꿈을 키우셨을 것이다. 10년, 2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은 그 시절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과 어떻게 같거나 또는 다른지 궁금하다. 상상했던 미래를 추구하면서 분명히 현실과 많이 부딪치고 좌절했던 경험도 있으실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미래를 성취했던 가슴 벅찬 경험도 있으실 것이다. 상상이 현실과 다르다고 해서 상상하지 않는다면 성취할 수 있는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더 크게 상상한다면 더 큰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 가능성 때문에 절망의 맨 밑바닥에서도 우리는 꿈꾸고 상상하며 현실을 감사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상상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현실이 팍팍하더라도 우리의 이러한 능력을 믿고 언제나 넘치도록 많은 것을 상상하고 크게 꿈꾸며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한 치과의사가 되길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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