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의 하룻밤 (6) 홍성 사운고택 우화정 - 15면

  • 등록 2012.10.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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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임금 계비 장열왕후 배출 가문
기근에는 곡식 내어 백성 구휼
고택 뒤편 수백년 된 노송 ‘일품’

  

이러한 선근공덕 때문인지 이 고택은 동학농민전쟁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특별한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고택은 평평한 대지에 한문으로 석삼자 ‘三’ 형(행랑채-사랑채-안채)으로 나란히 건물을 배치했고 안채를 ‘ㄱ’자 형태로 지었다.


주변의 산들은 대게 100~300m이고 배산임수의 구릉지대인 집을 지어 아주 편안해 보인다. 조선 후기 호서지방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특별한 점은 수백 년은 되었을 법한 노송이 집안 뒤편에 가득해 고택의 기품을 더하는 것이다. 고택도 고택이려니와 강릉 선교장과 같이 노송이 어우러진 고택의 모습은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사운고택이라는 현판이 걸린 행랑채는 5칸 형태로 소슬대문이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그 앞에 ‘一’자 형태로 배치한 사랑채가 있고, 사랑채 우측에 안채로 통하는 문이 있는데 최근에 만든 것 같은 청남문(淸南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고택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채는 다른 한옥들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 고택들이 장식을 하지 않은 것과 달리 이곳에는 누마루 아래에 주역의 팔괘 중 건곤감리(乾坤坎離)와 천하태평(天下泰平)이라는 글을 새기고 장식을 위한 돌을 쌓았다. 언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의 태평성대를 꿈꾸는 사우고택을 어느 주인이 만든 것은 틀림없다.


이 문양을 언제 새겨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던 당시 집주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느 고택처럼 그리 넓지 않는 사랑채 안에는 고택의 또 다른 이름인 ‘우화정(雨花亭)’이라는 글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사랑채 외벽에는 ‘수루(睡樓)’라는 현판이 있는데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누각’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안채 앞마당은 비교적 널직하다. 정면 6칸, 측면 4.5칸의 안채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안채에도 최근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보현당(寶賢堂)’이라고 적힌 현판이 있다.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조환웅 선생이 걸었다.


“집안 어른들이 대대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특히 한국전쟁 당시 우리 집에 인민군 사령부로 쓰일 때조차도 어려운 이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셨던 조모의 뜻을 기리기 위해 보배롭고 어진 마음을 가진 집이란 의미에서 담아 걸었습니다.”


솟을대문을 나가면 정면에 정방형 연못이 있고 그 가운데 둥근 섬이 있다. 정남향의 집 앞에 우물을 두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는 건축학적 미를 담아내고 있다. 후손이 직접 고택을 지키고 가꾼 덕택에 몇 년 전까지 없던 고택 뒤뜰에 담과 문이 생겨 고택의 기품을 더해 주고 있다.


사운고택의 백미(白眉)는 안채 뒤편에 서 있는 소나무다. 수령이 몇 백 년은 됐을 법한 노송 수십그루가 고택을 호위하듯 서 있다. 저녁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택의 풍경은 황홀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이곳에서부터 산을 오르면 학성산성으로 이어진다. 고택과 숲 산성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여행이 사운고택이 아닐까.

  

여태동 /고택칼럼니스트


#하룻밤 정보
사랑채가 개방돼 있다. 11월부터는 공사로 인해 잠시 개방을 중단하니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독자는 서둘러야 할 듯하다. 난방은 군불과 보일러를 겸용하고 있고, 사랑채와 안채를 연결해주던 공간은 수세식 화장실로 개조해 한옥의 불편함은 없다. 취사와 샤워는 행랑채에 마련돼 펜션이나 콘도에 머문다는 생각하고 가면 된다. 승용차로 갈 때는 네비게이션에 ‘조응식가옥’을 치면 나온다. (041)642-6065, 010-6822-2080


#가볼만한 곳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조견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지역한우 특성화 식당이 밀집해 있는 ‘다하누촌’이 있다. 또한 인근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인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영월지역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데 고판화박물관, 화석박물관, 인도박물관 등 30여개의 박물관이 있다.
역사속의 비극의 왕인 단종릉도 있다. 단종릉에는 소나무들이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이 굽어 있어 경이로움을 더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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