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제2회 대한치주과학회 교육워크숍
몽골에서 체험한 지식나눔의 봉사
인천공항을 출발한 몽골항공은 3시간 반의 길지 않은 비행 끝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국제공항에 우리 일행을 내려주었다. 2년차 레지던트인 나는 지난 해 이어 올해 두 번째 열리는 대한치주과학회와 몽골치주학회 공동개최의 치주 워크숍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12세기 초 지구 면적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였던 웅장한 역사를 가진 몽골을 처음 방문한다는 설레임은 자그마하고 시설이 낙후된 공항 모습에 다소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서울대학교 치주과학교실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바야르와 1년간 우리 치과병원에서 연수를 받은 오스카 선생이 류인철 회장님, 구 영 교수님, 윤정호 교수님 그리고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은 비좁고 울퉁불퉁하였으나 지금보다 폭이 3~4배는 되어 보임직한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마도 2~3년 후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울란바타르 시내의 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미리 연락된 이충국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님 내외분이 함께 하였다. 정년을 하시고 이 곳에서 2년째 교육과 진료 봉사를 하고 계신다니 존경스럽고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 교수님은 일회성 진료봉사가 아닌 치과의사를 대상 으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대한치주과학회에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으며, 워크숍에도 참석하시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은 오전 일찍 워크숍에 사용할 돼지턱뼈 준비사항을 점검하고는 가까운 교외로 향하였다. 시내를 벋어난 도로의 사정은 더욱 험하여 움푹 파인 곳을 피하느라 차량들의 곡예운전이 살벌하다. 데리치의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오늘은 묶을 예정이다. 아름다운 토르강과 누릿해가는 초원과 그리 크지 않은 주위의 나무들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더 넓은 초원과 하얀 게르, 그 뒤로 먼 배경으로 펼쳐지는 눈부신 푸른 하늘은 만약 이 지구상에 낙원이 있다면 이곳도 그 중 하나일 거란 생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쪽으로 해가 곧 저물더니 살이 찌기 시작하는 초승달이 머리위에 환하다. 위도가 높은 탓인지 달도 곧 사라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우리들 머리 위로 떨어진다. 고향 영덕에서 어린시절 볼 수 있었던 별들의 축제에 일행들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였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만, 이곳 데리치는 한 동안 아니 영원히 변하지 않은 채 지금 이대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몽골보건과학대학 치과대학에서 외과적 치주치료의 기본과 치은절제술 및 치은판막술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지난 해 제1회 워크숍은 비외과적 치주치료의 내용으로 진행되었는데, 참석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치주손기구를 처음 잡아보았다고 하였다. 성인환자 발치의 주요 원인인 치주질환에 대한 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치만 이루어지고 있는 몽골에서 지난 워크숍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아시아예방치과학회란 큰 잔치를 치르고 난 직후여서인지 이번에는 아쉽게도 작년보다는 등록자는 적었지만 외과적 치주치료에 대하여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대단하였다. 4시간에 걸친 첫 날 강의를 순조롭게 마친 후에도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다음 날은 실습강의와 돼지턱뼈 실습이 있었다. 내가 수술 기구들을 설명하고 치은절제술 및 치주판막술과 봉합까지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바야르와 오스카 선생이 직접 돼지턱뼈를 다듬고 준비를 해주었는데, 수 년의 경험이 있는 우리학교 연수원에서의 준비물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잘 다듬어 놓아서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 배웠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는 모습을 보고는 이 곳 몽골의 치주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하는 치과의사는 실습할 때 치주손기구의 사용이 제법 정확하였다. 실습 도중 수 많은 질문이 이어지고, 교수님들은 일일이 친절히 답해주셨다. 봉합을 마지막으로 4시간에 걸친 실습을 마치려 하자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참석자들은 내년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앞선 의료현장을 직접 보고 치주수술과정도 견학하고 싶다고 하였다. 준비해간 기구와 재료들은 교육목적을 위해 사용하도록 모두 대학에 기증하였다. 대학본부에서 치과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기증한 이 기구로 학생들의 실습과 진료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3박 4일간의 짧은 방문일정을 예정대로 마치고 바야르와 오스카 선생의 환송을 받으며 다시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울란바타르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얼굴 생김새도 우리와 비슷하지만 마음 씀씀이도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
지금 몽골은 변화중이다. 달라지는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바뀌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몽골인의 삶의 질은 더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데리치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따스함은 바뀌어지지 않기를 진실로 바란다. 몽골에 남기고 온 작은 지식나눔의 봉사로 이번 추석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임종흔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