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제48차 ISO/TC 106 (상)
국제 표준의 중요성
나는 스마트한 디자인과 편리한 앱때문에 몇년전부터 아이폰을 사용해오고 있다. 그런데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중에 하나가 독특한 충전기 디자인이다.
애플은 자신만의 독특한 충전기 디자인을 고집하기때문에 다른 회사 제품의 충전기를 호환해서 사용할 수 없다. 누구나 집집마다 여러 식구들이 제각기 사용하는 핸드폰 충전기의 연결잭 부분이 호환되지 않아서 충전기를 각자 사용해야하는 불편함을 느낀점이 있을 것이다. 만약 모든 핸드폰 회사의 제품들이 동일한 충전잭을 사용한다면 핸드폰 충전이 현재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핸드폰 충전잭의 모양자체가 통일되지 못해서 느끼는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작은 개인수준의 불편함이라면, 사회 기간 시설의 표준이 통일이 되지 못해서 커다란 손실을 초래한 역사적 사건도 있었다.
1904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서 발생한 대화재가 바로 그것이다. 이 화재로 약 1억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와 3만5천명의 주민들이 실직을 하였다.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처음에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화재의 초기 진압을 위해서 볼티모어 시의 소방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소방차들도 모두 출동했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서 출동한 소방차들은 화재 주변에 모여서 불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당시 볼티모어시에서 사용했던 소화전의 규격과 인근 지역 도시의 소화전의 규격이 서로 달랐기때문에 소방 호스를 연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아이폰의 충전잭과 삼성 갤럭시3의 충전잭이 달라서 아이폰의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친구의 삼성제품 충전기를 빌려서 쓸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렇듯 표준은 한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별 국가별로 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KS라는 국가 표준을 과거부터 제정해왔다. 국제적으로는 각 국가의 대표들이 참여해서 국제 표준(International standard)을 만드는데 이를 담당하는 공식 기관이 바로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 ISO)이다. ISO에서는 각 전문 분야별로 다루는 주제들이 다른데 이를 TC(Technical committee)라고 하며, 특히 치의학을 담당하는 파트를 ISO/TC 106라 한다.
ISO/TC 106은 매년 회의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파리에서 제48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올 회의에는 전세계 20개국에서 324명의 각국 대표자들이 모여서 치의학 분야의 표준제정을 위해서 논의를 하였다. 한국에서는 김경남 교수님을 대표로 해서 각 분야에서 23명이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가하였다. ISO/TC 106에는 보철재료로부터 임플란트, CAD/CAM에 이르는 총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와 1개의 작업반(Working group, WG)이 있다.
올해에 특히 의미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국제표준제정 과정의 첫번째 단계인 새로운 아이템 제안서(New Work Item Proposal, NWIP)를 2건이나 제출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백일
연세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