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BOOK리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모든 협상의 시작과 끝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
진실로 대해야 마음 움직여
파리행 비행기 탑승구가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이미 그녀는 탑승수속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탑승구는 이미 닫힌 상태였고, 그녀가 타야 할 비행기 엔진 소리는 점차 커지고 직원은 승객으로부터 받은 탑승권을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드릴까? 탑승권을 정리하는 직원에게 늦게 도착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정을 해보거나 늦게 도착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해당 항공사에 가서 다음 비행기 스케줄을 확인할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 탑승권을 정리하는 직원에게 사정을 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죄송합니다. 탑승 수속이 마감됐습니다.” 두 번째도 해당 항공사에 가서 다음 비행기 스케줄을 확인하는 자체가 파리행 이후의 스케줄이 엉망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선풍적인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등장하는 그녀는 기발한 순간적 기지로 무사히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성공한다. 실제로 앞에 기술한 사례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론 강의를 들은 와튼스쿨 여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여학생은 직원에게 사정하거나 다음 파리행 비행기 스케줄을 알아보는 대신에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대상을 선택했다.
그녀는 탑승구와 분리되는 비행기를 계속 주시했다. 기장이 자신을 바라 볼 것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결국 조종간을 잡고 있는 기장과 눈이 마주쳤으며, 힘없이 가방을 내려놓는 의도적인(?) 행위를 했다. 그녀의 행위를 본 기장은 동료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탑승권을 정리하고 있던 직원에게 호출 벨이 울리고 직원은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라는 말을 던지며 그녀에게 기장이 탑승을 허가했다며 짐을 챙기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행기 탑승 문제를 해결할 사람으로 기장을 선택했으며, 정확했다. 즉, 협상자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낙담한 표정으로 가방을 털썩 내려놓는 행위를 함으로써 기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녀는 찰나의 순간에 뛰어난 협상가로 변한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통념을 뒤엎는 창의적 문제해결방법을 통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론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 때로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몇마디 말 또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중 다이아몬드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상대방의 관계’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여러 협상 카드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간관계라고 단언하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우선적으로 상대방에게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진실로 사람을 대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12가지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에 집중하라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감정에 신경 써라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차이를 인정하라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등이다.
자기 개발서라 해서 너무 어렵게 접근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위에 기술한 협상에 성공하기 위한 12가지 방법 대부분이 치과의사들이 진료 시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환자들과 날마다 대면해야 할 치과의사들로서는 협상을 통해 치과의사 본인과 환자가 동시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하는 것이 절실할 것이다. 특히,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치열해지고 있는 최근에는 더욱 환자와의 대화 즉, 올바른 협상을 통해 효율적인 진료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치과의사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추천할 만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다이아몬드 교수는 책을 통해 여러 노하우를 이론적으로만 느끼지 말고 실제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고 경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 경험이라는 것이 어렵지 만은 않다. 환자와의 상담 때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 환자와의 본격적인 상담 전에 환자와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 후 본격적인 진료상담에 들어간다면 상담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