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의 하룻밤 7
충남 청양 동암고택 와송정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31호로 지정돼 있는 동암고택 와송정(임동일 고택)은 청양군 화성면 화암리 222번지에 있다. 이 자리는 넓게 보면 동쪽으로는 구봉산, 서쪽으로는 오서산, 남쪽으로는 백월산과 성주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오서산을 뒤로하고 구봉산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앞에 무한천이 평야를 감아 돌며 흘러가는 배산임수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탁트인 누각에 서면 세상이 내안에"
민족의 혼 깃든 소나무 보존 온힘
가물어도‘마르지 않는 샘물’ 유명
일반에 개방 대대로 고택유지 희망
다시 높은 곳에서 보면 화성지역 분지의 기름진 평야에 한 개의 매화 봉우리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고 하나의 둥지가 아담하게 놓인 형국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분지속의 매화봉우리는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드넓은 화성지역 평야에 알을 품었으니 포근한 기운이 대를 이었고 구봉산의 아홉봉우리의 기운이 흘러들어 온 곳이 동암고택 와송정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집을 지은 동암선생은 17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화암리를 비롯한 이 지역은 평택임씨 집성촌으로 조선 명종 때의 인물인 임식 선생에서부터 시작돼 홍주 의병의 여섯 의사 가운데 한명이었던 임한주 선생을 비롯해 수 많은 애국지사가 나온 곳으로 유명하다. 동암고택은 근래에 국무총리를 지낸 이현재씨의 외가이기도해 명당의 위세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화암리의 작은골 안 외진곳에 자리하고 있는 동암고택 와송정사는 명성에 비해 현재는 보존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 4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인지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면서 고택의 양식이 혼재돼 있다.
먼저 일자로 지어진 안채는 동암고택 와송정의 건립역사와 같다. 선명한 상량문이 400여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홍송으로 만들어진 부재들의 선홍빛 색깔도 고택의 기품을 느끼게 해 준다. 특이한 점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추녀의 목재를 길게 낸 점이다. 그로인해 400여년의 기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수를 하면서 3개의 기둥과 126개의 연목을 교체했다.
동암고택 와송정의 백미는 구한말에 송암 임용주선생이 지은 사랑채다. 송암선생은 사랑채를 개축하고 주변에 소나무를 심고 연못을 조성했다. 이때 심은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면서 연못과 햇볕의 영향으로 누운 듯이 서 있어 나주에 사는 종친이었던 임중필 선생이 당호를 ‘와송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송암선생은 사랑채와 더불어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동서로 창고와 쌀광을 지어 ‘ㅁ’ 자형의 저택을 짓는다.
암울한 시기에 왜 이런 저택을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고택의 활용도를 보면 송암선생의 깊은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가 있다. 그가 지은 사랑채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정면 6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건물에 가운데 3칸은 마루가 설치되어 있고 건물 오른쪽으로는 같은 지붕으로 연결된 정자 형태의 마루가 넓게 설치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다. 탁 트인 누각이 있고, 방과 방 사이 문을 열면 하나의 방이 될 수 있다. 물론 사랑채라 외부 손님을 대접하는 용도이긴 하지만 언뜻 보면 이런 집은 거주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여러 사람들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사랑채라기 보다는 대규모 강당과 같은 모습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지어진 건물이 아닌가 싶다.
사랑채 앞에 연못을 조성해 조경을 하고 세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이 역시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보이는 듯하지만 ‘왜 하필이면 소나무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제치하에서 이 지역에서는 의병들이 분연히 일어나기도 했고, 평택 임씨 일가 종친 가운데는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한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역사의식에 기인해서인지 사랑채 앞에는 우리민족의 청청한 기개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세 그루 심었다.
3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과거-현재-미래다.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 고택을 증축한 송암선생의 뇌리에서만 있었겠지만 암울했던 일제 치하의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 조선조의 조상들이 견지했던 올곧은 지조를 생각하고, 미래에는 반드시 독립을 이룬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암고택 와송정 앞 연못의 조성도 특이하다. 사랑채를 앞에 두고 조성한 연못은 마치 사랑채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 같다. 아주 비밀스런 회합의 장소로 사용하다가도 외부의 인기척이 있을 때 충분히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것이다.
사랑채 누각에서 밖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각 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