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의 하룻밤 (7) 충남 청양 동암고택 와송정-21면

  • 등록 2012.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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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방으로 연결돼 수십 명이 모여 아주 비밀스런 이야기를 해도 보안이 철저히 이루어진다. 연못을 사이에 두고 있어 섬처럼 만들어진 사랑채다. 외부로 향하는 전형적인 사랑채의 건축구조와 닮아 있으면서도 내부를 단속하고 외부로부터 집안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게 지어졌다.


사랑채 옆에 마주보며 지어진 창고와 쌀광도 특이하다. 이 두 건물은 안채와 사랑채를 꽉 물리게 해 ‘ㅁ’자형이 된다. 이러한 건물구조는 조선후기 양반가옥의 구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어느정도 권세를 누리는 집안이라면 행랑채와 사랑채·안채 등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거기에 따른 건물배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암고택 와송정은 이러한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하인들이 거주했던 행랑채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쌀을 보관했다는 광이 있고, 그 건물과 마주보는 곳에 창고를 두었다.


신비로운 것은 현재 창고의 뒤편에는 바닥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난다는 점이다. 이 샘은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나왔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수질도 우수해 여건이 되면 먹는 샘물로 복원해 고택의 체험거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암고택 와송정의 정신은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민족운동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홍주의병에 임승주 선생과 임한주 선생이 직접 참여했다. 특히 임한주 선생은 홍주의병과 을사조약후 의병사를 기록한 ‘홍양기사’를 저술해 오늘날 홍주 의병사 연구에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기미독립 운동이 전개되자 파리 평화회의에 보낼 장서를 기초하고 영남 유학자 곽종석과 김창숙, 홍주의병장 김복한 등과 긴밀하게 내통했다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러한 공적으로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고 임승주 선생에게는 애족장이 추서됐다. 임한주 선생의 조카인 임경호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김 구 선생 휘하의 의경대원으로 의열단 활동을 했던 임긍호 선생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기도 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임금호 선생의 형인 임풍호 선생도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 900원을 1924년과 1925년에 대천우체국을 통해 송금하기도 하며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폐허로 사라질뻔한 위기에 처했지만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현재의 동암고택 와송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인지 와송정의 소나무는 몇 년째 시들어가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미 그 상태는 상당히 진척돼 심각한 수준이다. 민족의 혼이 깃든 소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는 게 고택 소유주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이제 동암고택 와송정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과거 암울한 시대를 토로했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세상에 그 사실을 알리고 널리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이곳에서 조국과 민족을 노래해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오히를 박수를 보낸다.


아쉬운 점은 이런 고택이 정부의 예산타령에 밀려 유지되지 않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독립운동가와 민족의 정신을 각성시킨 고택이 잘 보수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암고택 와송정도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여태동 /고택칼럼니스트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을 나온다. 광천차로에서 청양, 광천, 천북 방면으로 나와 산성삼거리에서 청양 방면으로 오면 화암리가 나온다. 네비게이션에는 청양군 화성면 화암리222번지(구 주소)나 임동일 가옥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041)942-4498, 010-5702-9800

  

#가볼만한 곳


자연학습장, 고운식물원
고운식물원(
www.kohwun.or.kr)은 1990년 부지조성을 시작으로 1997년 식물원 조성인가 후 2003년 4월 28일 개원했다. 규모는 20ha(약 60,400평) 정도이고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인 미선나무(목본), 가시연꽃(초본) 외 15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8,000여종의 식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식물원에서는 전문인과 일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초,중,고교생을 위한 자연 학습장 설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갈로도 운영되는데 4만원대부터 11만원(입장료 성인8천원원 어린이 및 경로 4천원) 별도 (041) 943-6245


광천 5일장
충청남도 홍성의 특산물은 광천 새우젓이 유명하다. 광천역 앞을 중심으로 매월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장날에는 젓갈을 사려는 외지 사람들로 붐빈다. 새우젓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상가도 20군데 있다. 유월에 젓을 담는 육젓, 오월에 담는 오젓, 가을에 담는 추젓, 배하젓, 자하젓, 대떼기젓 등의 새우젓은 물론이고, 꼴뚜기, 오징어, 멸치, 조기젓까지 판다. 근처 어장에서 잡힌 어물을 광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다. 한우를 사고 파는 우시장도 볼 수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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