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6번째) 4강 신화

  • 등록 2012.1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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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786번째


4강 신화


때는 2010년 5월 7일.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초여름 햇살이 따가웠던 조선대 장미코트에서 육구제(전국 치과대학 축제) 남자 테니스 단체전 4강행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식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복식 두 경기와 단식 세 경기를 하여 다승 팀이 올라가는 토너먼트. 세트스코어 2:2로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4강행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필자는 복식에 나가서 승!!). 비슷한 실력의 서울대 선수를 만난 우리 부산대 선수는 응원의 함성을 들으면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지는 심장의 소유자.
과거 열띤 응원에 힘입어(?)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다수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다른 경기가 모두 끝났음에도 우리는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응원도 하지 못한 채 펜스 너머에서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 점 한 점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어느 쪽도 섣불리 공격을 하지 않는 속칭 똑딱이(공격 없이 안전하게 공을 계속 주고받음)가 계속되었다. 결국 게임스코어 6:6이 되어 타이브레이크(먼저 한게임을 이기면 승)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새어나오는 탄성을 손으로 막으면서 매 득점과 실점을 함께 기뻐하고 아쉬워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팽팽하던 균형은 서울대 선수의 한 순간의 실수로 깨졌고, 우리 선수가 침착하게 한 점을 더 추가해 두 점차로 경기는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일제히 코트로 뛰어들어 서로를 부둥켜안고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남들이 보면 긴장감 없는 경기였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당시 우리 동아리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입학 후 처음 라켓을 잡은 초짜들이었다. 실력 좋은(?) 선배들이 줄줄이 졸업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터에 처음으로 우리의 손으로 단체전 4강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비록 이어진 4강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우리는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처음 라켓을 잡았을 때는 그저 공치는 것이 좋아서 밤낮없이 코트를 쫓아다녔다. 하루일과를 마치면 라켓을 들고 공치러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매일 매일이 설레고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하는 친구가 생겼고, 평생 함께 공을 칠 수 있는 배우자도 생겼다.


졸업 후 테니스를 한동안 못치다가 얼마 전 오랜만에 라켓을 잡으니 새삼 가슴이 설레었다. 처음 라켓으로 공을 맞췄을 때의 그 쾌감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역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어가는 가을, 울긋불긋 낙엽이 거리를 장식한다.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나는 살찌는데 아직 심장 두근거리는 뭔가를 찾지 못했다면 테니스를 시작해보자.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땀 흘린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감, 모든 것이 여기 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공을 쫓다보면 테니스는 어느 순간 당신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있을 것이다.


손용현
부산대학교치과병원 인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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