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시론] 불황의 그림자

  • 등록 2012.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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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불황의 그림자


‘불황’ 2012년 11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치과의료인들이 요즘 세상을 읽어내는 키워드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금융위기, 중국의 성장률둔화로 이어지는 우울한 소식이 세계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샐러리맨 신화’를 대변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몰락했고,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치과의사의 과잉배출과 병원간 경쟁의 심화, 거기에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드는 이중 삼중고에 치과계도 불황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병원을 개원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그 동안 계속 상승했지만 수익률은 떨어져 살아남을 확률이 줄어들었다. 문닫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치과의원 3년 생존율이 70%라는 통계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선후배의사들이 주위에 심심치 않게 있고, 한때 잘나갔던 분들마저 무너지는 가슴 아픈 소식을 때때로 접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 속에서 재료상을 포함한 치과관련 종사자들도 당황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먼저 큰 틀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좋은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순진하지도 않다는 냉엄한 현실을 이제는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세계경제와 국가경제의 흐름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의 의료정책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의료계다. 치대정원감축과 현실적인 보험수가적용이라는 숙원 해결을 위해 치과의사협회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좋은 지도자를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반성도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큰 단체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각 경제 주체들인 우리 개개인 모두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과거 의사수가 부족하고 경제성장이 지속되던 시절의 향수와 옛 습관에 젖어, 실패하는 기업들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해오지는 않았는지를 냉엄하게 돌아본다.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체어 수를 늘리며 내실 없이 규모만을 키우는 것이 한동안 유행인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았던가? 화려한 인테리어와 온갖 시설로 병원을 그럴듯하게 차려놓으면 환자는 저절로 오게 되어있다는 신화를 좇은 사람이 한두 명이었던가? 장기간 축적된 충분한 임상적 데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억대의 기자재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며 언론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던가?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치과의사는 지금도 늘고 있고 시장자체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환자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좀더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의료서비스로 환자에게 다가가야 할 때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게 전체적인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 어떤 선배는 하루에 몇 명을 진료했다네’라는 이야기는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현재의 한국 의료시스템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전설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을 현혹하는 광고와 사무장을 통한 로비와 비현실적인 저수가로 일단 환자들을 불러모으고는 불법위임진료와 과잉진료를 통해 오로지 환자 숫자로 승부하며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불법네트워크 파동, 이로 인해 치과계 밖으로까지 번져버린 소모적 논쟁들이 무척이나 아쉽다. 불황이 시작되려 할 때 함께 변화를 주도해 나갈 대승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동료의사들이 오랫동안 이 땅에 쌓아온 의료인에 대한 환자들의 믿음과 신뢰를 이용하여 그들이 사기를 쳤다는 사실 때문에 분하다. 초창기에 환자들은 치료비가 낮아도 “설마 의사들이 비양심적인 진료를 하겠는가?”라며 속아왔었다.


그러나 동시에 필자는 희망을 보고 있다. 의료법개정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자주 바뀌는 의사와 병원자체가 쉽게 없어져 버리는 불법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의구심이 이미 깊어졌고, 환자들이 까다로워지면서 좋은 치료를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안목도 비례해서 높아졌다. 그만큼 양질의 진료라는 본질로 승부할 수 있는 여건이 저절로 조성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의료인의로서의 본질에 충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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