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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용 의료기기 표준개발의 필요성
필자는 10월 29일 ~ 11월 6일 일주일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48회 ISO/TC106 국제표준화 총회(치과의료기기)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국제표준에 대해서 생소하신 분이 많으실 것 같아서 이번 칼럼의 국제표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 이하 ISO) 산하에는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약 270개의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가 존재합니다. 1947년에 개설된 나사(Screw threads)의 표준을 개발하는 1번 기술위원회부터 2012년에 개설된 법정과학(Forensic sciences)의 표준을 개발하는 272번 기술위원회까지 다양한 분야의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위원회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 치과의료기기 표준개발 기술위원회는 1962년에 개설된 106번 기술위원회입니다.
현재, ISO/TC 106의 의장은 4년 임기로 재직하는데 현재 의장은 Derek Jones 교수로 캐나다 동쪽 끝에 있는 노바스코샤 주의 달루지대학교 치과대학의 명예교수로 역임 중이십니다. 투표권을 가진 참여국(P-member)은 26개국이고 투표권없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O-member)는 18개국입니다. 한국은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KATS)를 대표로 투표권을 가진 P-member로 활동 중입니다. 모든 기술위원회는 위원회의 활동목표(SCOPE)를 가지고 있습니다. TC 106의 활동목표는 (1) 치과용품의 용어 및 정의, (2) 치과용품과 관련된 성능, 안전 및 규격사양의 요구조건 및 (3) 전 세계 건강에 이바지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임상적으로 관련된 실험실 시험방법을 아우르는 구강건강의 표준제작입니다.
TC 106의 산하에는 9개의 산하위원회(Sub-Committee; SC)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산하위원회는 합착 및 수복재료, 보철재료, 용어, 치과용 기구, 치과용 장비, 구강건강 용품, 치과용 임플란트 및 치과용 CAD/CAM 시스템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산하위원회의 아래에는 실제로 표준을 개발하는 working group(이하 WG)이 있으며, 치과용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에 관한 WG은 산하 위원회 소속 없이 TC 106 아래에 바로 독립적인 WG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과표준을 제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통합되지 않은 품질과 기술을 가진 재료와 장비들이 개발되어 판매된다면 국민의 구강건강과 직결되는 치과 분야에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기술위원회에서 개발된 표준의 개수를 살펴보면 TC 106은 총 162개로써 전체 기술위원회 중에서 상위 10%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표준을 개발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만큼 치과분야가 통일화된 표준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치과관련 종사자 및 제조사들이 이러한 치과용 의료기기의 표준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표준의 개발과정을 보시면 치과 표준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표준개발의 안건에 대한 의결 시 모든 P-member 국가들은 1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안건이 나왔을 경우, 제안국가의 대표들은 다른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몇몇 WG의 한국대표로 참석중인 필자는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었지만, 해당분야의 제품을 제조하는 국내 제조사의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내용들이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알기 힘들어 결국 의결을 부탁하는 다른 국가의 제안에 동의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치과관련 국제표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강제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무관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관련 제품의 허가를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와 관련된 평가를 국제표준 기반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결국 표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습니다. 빈번하게 수정되는 제품의 허가 및 관리체계에 대해서 불만있는 치과관련 제조사 및 종사자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변경은 새로이 변경되는 국제표준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되면 좀 더 치과관련 표준개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제표준의 개발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이미 치과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자국의 앞선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어서 따라오는 후발업체들을 잠식시키려고 합니다. 그 후발업체에 한국 제조사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수입제품들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면 국내 제조사들은 더 이상 판로를 잃게 되고, 외국 회사들에 의해 국내시장유통이 좌지우지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유통시장의 형성과 국민의 구강보건환경의 유지를 위해 국제표준의 개발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 승 한
원광치대 치과생체재료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