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스트레스는 병원에 두고

  • 등록 2012.1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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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스트레스는 병원에 두고

 

박지훈
부산대치과병원 치주과 전공의


오늘 점심 식사 후 매점에 들러 커피 한잔 사들고 정원 벤치로 나가 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더운 여름 날씨에 벤치로 향하던 걸음을 돌리곤 했는데 어느새 벌써 가을이 짙어진다. 오랜만에 허브정원 벤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고 보니 우리 병원 정원도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 같은 맑은 하늘에는….


그러고 보니 문득 재작년 이 병원에 인턴 지원을 위해 처음 왔을때 기억이 난다. 학생 때에는 병원이 시내에 있어 지금과 같은 정원이 없었고, 건물 안에 갇혀 사는 느낌이다 보니 항상 날씨 좋은 날이면 파란 하늘을 보며 ‘이런 날에는 드라이브 가야 하는데’하고 한탄하곤 했다. 그런 병원 생활을 기억하는 나에게 처음 병원의 모습은 어찌 보면 신선한 충격이었다. 탁 트인 넓은 주차장과 정원, 벤치 등 보는 순간 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 들어가서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소아치과 창문 쪽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모습이 매우 예쁘다. 그러고 보니 소아치과 정 교수님께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료실이라고 자랑하시곤 했는데 그 말이 맞는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자 현실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처음의 설렘은 기억에 멀어지고 병원이 다시 갑갑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렇게 좋은 허브 정원을 옆에 두고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지가 꽤 된듯하다. 


봄에만 해도 집에 갈 때 허브를 손바닥에 스치며 그 향을 담아가곤 했는데… 어쩌면 여름 더위가 그 여유를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병원이라는 곳이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곳이다 보니 예민하신 분들도 많고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까칠하신 분이 느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여전히 많으시긴 하지만….


자연히 민원도 늘고 스트레스도 는다.


우리병원 정원에는 라벤더가 있다. 라벤더가 심신 안정에 좋다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어 네이버 지식인에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스트레스 받고 갑갑할때 정원에 나가 라벤더를 손으로 한번 쓰다듬고 그 향을 맡으며 걸으면 맘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유를 점심시간에 정원 벤치 커피 한잔으로 되찾은 듯하다.


올 가을에는 멀리 드라이브 갈 여유는 없을 것 같지만 옆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맑은 날 즐겨보아야겠다.


다들 바쁘고 지치는 병원생활에 업무 끝나면 병원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럴 때가 많았다. 그렇게 병원에서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그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들고 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병원에 놓아두고 가보는 건 어떨가? 라벤더 향으로 심심을 정화 시킨 후 집에 가서는 가족에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며 맑은 가을 하늘을 떠올리다 보니 얼마 전까지 즐겨보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구두를 선물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날 좋은날 이쁘게’ 신고 오라던…. 올 가을 좋은날에는 많은 분들이 ‘날 좋은날 이쁘게’ 가시길 기도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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