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5번째) 외국인환자 상담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

  • 등록 2012.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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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795번째

 

외국인환자 상담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


입사 2일 만에 데스크에서 만난 외국인. 머리가 노랗고 파란 눈을 가진 누군가가 다가와 “excuse me” 하며 다가왔다. 겁에 질린 나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서있을 뿐이고 외국인이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말을 듣는 순간 말을 알아듣고 No!! I can’t speak english라고 영어로 하면서도 못한다고 말하는 나… 참 외국인한테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벌써 6년 전 이야기다.


어느덧 치과위생사로서의 일을 시작한지 6년차. 일을 배우기 시작한 이곳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에서 지금까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일 오고 가는 인천 국제공항에서 영어를 못하는 직원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때 말 못한다며 외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 나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일하는 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년 연속 세계 서비스 1위 공항인데 직원으로서 영어를 못하는 것이 너무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한 영어 공부였다.


어찌 보면 영어공부를 한다는 명목 하에 책을 사거나 학원을 등록하는 등 부단히 영어공부를 한다고는 했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금방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고 또 포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나였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공항 안내데스크를 지나가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영어 공부를 하는데 왜 저 사람 들처럼 못하지?”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불만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노력 하지도 않으면서 잘하길 바라는 이기심이고 자격지심이었다. 


집에 돌아가서는 엄마에게 “엄마 왜 나 대학 때 어학연수 안 보내줬어!” 이런 볼멘소리나 하고 하루가 다르게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학원은 3개월 이상 가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난 안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3개월 이상 꾸준히 해보고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거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는 헛된 생각에 사로잡혀 주위에 어학연수를 가는 친구들만 부러워했다.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이기심으로 가득한 불만은 스스로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일에 대한 능률도 떨어지고 다 귀찮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항상 현재 직장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애사심이 남달랐던 나지만 그냥 모든 일이 다 엉키고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치과영어를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영어도 아니고 치과영어였다. 이미 수업이 몇 달이 진행된 상황이었지만 우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치과영어였고 저녁 늦게 시작하여 일 끝나고 갈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강남 인근이었지만 인천에서 찾아갈 수 있는 곳 중 그나마 가까운 곳이었다. 전화로 문의를 하고 상담 후 그달의 첫 수업이 있는 날 한걸음에 달려갔다.


생각보다 치과영어를 배우려고 수강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내가 너무 뒤쳐져서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대학병원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은 진행되었다. 첫 수업 후 처음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치과에서 진료실과 데스크에서 외국인과 대화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웃으며 첫 수업을 마쳤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인생이 불만인 나는 착각이었다. 실패가 정말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나 자신이 불만의 진짜 모습이었다. 우선 한번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공항에서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은 아니었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영어실력 반, 그래 한번 해보자! 하는 도전하는 마음 반 이렇게 시작한 치과영어였다.


벌써 일 년이 넘게 진행해 오는 수업이지만 얼마 안 된 수업처럼 들을수록 더 많은 것을 더 배우고 싶어지는 수업이다. 치과영어를 배우다보니 관련된 메디컬 영어도 배워 보고 싶고, 다른 분야의 영어도 더 배워 보고 싶어 졌다. 지금도 완벽하지 못해 배우는 과정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치과영어와 관련 지식을 쌓아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치과위생사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


금영주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치과위생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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