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18)
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 하나의 인연
“너무 많이 흔들려서 빼야 되겠네요”
“가능한 한 안 뺐으면 좋겠는데 살릴 수는 없을까요?”
내 나이 68세인데, 20년 전 일이다. 나름 정기적으로 치석제거도 받고 구강건강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왼쪽 아래 맨 뒤쪽 어금니가 솟겨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평소 사회단체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잘 알게 된 인품이 훌륭하신 모 치과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갔다. 잇몸치료를 몇 번 해주셨고 약도 처방해 주어 복용했지만, 흔들림이나 이가 솟은 느낌은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흔들림은 점점 더 했다. 그러기를 몇 달. 우선 식사 때가 두려웠다. 선생님께서도 처음부터 빼시는 게 좋겠다고 했었다. 빼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내 몸에서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나간다는 걸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아 고집스럽게 버티었다. 환자의 지나친 요구도 묵살하지 않고 와이어로 옆에 치아에 묶어 주는 성의도 보여줘 참 고마웠다. 그렇지만 씹기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식사에 많은 고통을 받다보니 지인들을 만나서 식사나 약주라도 할라 치면 자연히 이 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라는 푸념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모 치과에 한번 가보시라고 추천해주셨다. 지금의 선생님도 성심성의껏 치료 해주시려고 무진 애를 쓰신다고 하며 흘려들었다. 그러나 발치 밖에 없다는 진단이고 보니, 헛걸음하는 셈치고 그 병원을 방문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X레이를 찍고, 와이어를 제거한 후 진찰을 하시더니 정 빼고 싶지 않다면 수술과 뼈이식을 해보고 경과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살릴 가능성도 있다는 말에 선뜻 동의를 했다.
신경치료도 받고, 몇 번의 잇몸치료도 가볍게 받은 후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많이 아프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흔들림이나 불편함이 점점 없어졌다. 두 달여 후에는 아무런 증상도 없고, 크라운도 씌웠다. 전혀 불편함이 없이 쓸 수 있었다. 그 이를 20년 동안 잘 쓰고 있다. 정말 고마웠다. 아니면 벌써 발치를 했을 거고, 그걸 해 넣기 위해 다른 이를 갈아서 씌우거나 요즘 유행하는 임플란트를 해 넣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의아한 건 ‘어떻게 같은 의사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다. 그래서 ‘병은 자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이 인연으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다행인지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친구가 되었고 부부동반 라운딩을 하다 보니 가족 같은 관계를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내 자식은 물론이요, 사위까지도 그 치과엘 다닌다. 서로 집안 대소사도 두루 살피는 처지까지 됐다. 내 친구들도 여럿 소개해 주었고, 모두 만족해했다. 우연치 않게 이 하나로 이렇게 큰 인연을 맺게 됐다.
치과의사의 본분은 치아를 살려 잘 씹게 해주는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그 분의 탁월한 의술 때문만이 아니다. 돈이 되든 안 되든 그 치아를 살리려는 선생님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기실 수술비와 크라운 하나 밖에 든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은 보험이 되니 큰 부담이 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데 감동을 받았다. 나를 통한 수입은 많지 않았지만, 내 맘을 송두리째 가져갔다. 덕분에 정기적 검사로 아직까지 치과문제는 전혀 없다. 감사할 일이다. 요즘 임플란트 싸게 해준다는 광고도 많은데, 찍어내는 상품도 아니고, 더 싸게 해준다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잘 치료 해주느냐로 경쟁했으면 좋겠다. 어디서 본 구절이 생각 난다.
‘아마추어는 돈을 좇고, 프로는 사람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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