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환자로서의 나 & 의사로서의 나

  • 등록 2013.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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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환자로서의 나 & 의사로서의 나

 

김 민 수
부산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전공의

  

벌써 27여년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뛰지 말라며 내 발을 걸었다. 나는 그 발에 넘어졌고 그 아저씨는 유유히 사라지고 나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여기서부터 치과와 나와의 인연은 시작된다.


치관 파절로 치과병원을 내원하였고, X-ray사진으로 정중치가 발견되어 발거하였다. 그 당시 impression을 채득하였는데, 당시 비위가 약하고 겁이 많았던 나는 징징거리며 울다 심지어 구토까지 하였었다. 중학교 때에는 외상 받은 치아가 더 많이 손상되어 결국 신경치료 후에 PFM으로 수복까지 하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 그 치아는 결국 운명을 다해 임플란트까지 이르렀다. 이 외에도 우식 등으로 인한 근관치료와 수복치료를 다수 시행하여, 현재 내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 수복되지 않은 치아를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다.


 대학의 전공을 바꾸면서 내가 치과의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오는 물질적, 심리적인 공포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늘어만 갔다. 치과병원에서 항상 생활하는 내게 현재의 익숙함은 이전의 생각을 간과하는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치의학 전공을 하고 치과의사로서 시작할 때에는 아파보고 불편해 본 놈이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특히 소아치과 의사로 시작에서 어린아이의 공포감을 줄여주고 행동조절을 잘 해 준다면 치과를 처음 대하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와의 의사소통은 너무도 어려운 것 같다. 현재 나의 치과의사로서의 모습에서는 이에 대한 혼란이 혼재하는 것 같다. 의사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과 환자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으로 상충이 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치과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며 카리스마를 가지고,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하는 길은 어려운 길일 것이다. 환자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의사의 지식으로서 판단하며 서로에 대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면 치과계가 받는 불신 따위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묵묵히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 이에 무엇보다 필요한 사랑을 담은 진정성과 진실성을 가지고 한발 한발 노력하여 철학을 가진 따뜻한 치과의사로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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