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08번째
시간의 가치
어느새 고개 들어보니 연말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 부산하고 들뜨는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의 기분은 아닐 것이다. 같은 계절 안에 있으면서도 12월은 보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1월과 2월은 시작과 출발선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을 보면 지금의 계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으로 보내는 이 겨울이 따뜻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딘지 허전하고 쓸쓸함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12월은 여전히 정신없고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올해는 마치 대학 입시를 치르듯 아이의 유치원 입학에 정신을 쏟고 난 뒤 보니 벌써 연말이 되어 있었다. 수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고3 학생같이 난 이 일을 위해 앞만 보며 열심을 냈던 것 같다. 우습지만 치열하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저기서 한 해를 보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에 나에게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생각해보니 언제나처럼 아쉬움과 기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소홀하게 한 것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과 나의 가족들에게 서운하게 하거나 혹은 즐거움을 준 것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여러모로 생각해보니 속 빈 강정 같이 보낸 시간도 있는 것 같아 아쉽고 또 너무나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고 나의 일에 있어서도 좀 더 능숙해지고 성장한 모습을 갖추는데 시간을 사용한 것을 생각하면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마지막 달이 주는 시간은 달달한 맛과 쓴 맛을 동시에 주는 커피 같다.
한 해 두 해를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20대를 보내고 30대를 지내오면서 어른들의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는 말을 점점 더 절감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러면서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늘 아깝게 시간을 보내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게 시간을 흘려버려서 만시지탄만 할 뿐이다.
그래도 흘려지는 시간이 있어야 다른 곳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주변도 돌아 볼 수 있는 거라는 나만의 소신으로 올 한해도 마무리를 하게 될 듯하다.
우리는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모양으로 이 시간들을 살아간다.
그 시간은 누구나 같은 양이지만 시간의 질은 다를 것이다.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시간은 1분 1초가 다른 색을 입게 된다.
각자의 가치에 따라서 각자의 인생의 그림을 그려가면서 시간은 사용하게 될 것이다. 어떤 모양으로 쓰였건 간에 버려지는 시간이 적도록 하는 것이 짧은 인생의 시간을 좀 더 멋지게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새해가 밝았다. 후회하는 시간보다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쓸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최희정
서울아산병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