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09번째
4년전의 만남이 인연으로 다가오다
“내가 누군지 알려나 모르겠네… 그때 친절하게 잘해줘서 가끔씩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하는 치료여서 걱정 많이 했는데 선영씨 덕에 잘 할 수 있었어요. ”
점심시간에 잠깐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SNS가 들어와 있었다.
누구지? ‘떡 사랑방?’ 웬 광고 같은 이름이어서 처음엔 확인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4~5건이 들어와 있길래 광고라기에는 좀 이상해서 확인을 해보니, 내가 3~4년차 때 만났던 환자분이었다.
현재 8년째 치위생사로서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환자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오면서 가장 걱정을 많이 했었던 환자분 이었는데…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바쁜 생활 속에서 잊혀져 갔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순간 멍~ 했었지만 곧바로 탁~! 떠올랐다. 그 분이구나~ 그때 당시 난 임플란트 2팀장이었고,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언니는 내 담당 환자였다.
처음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거라 겁나고 무서워 하던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 괜찮다고… 내가 옆에 있다고… 안심시키면서 수술을 하고, 임플란트 보철 마무리까지 항상 함께 했었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와 달리 치주인대가 없어서 조금만 음식물이 끼고 관리가 안되면 염증이 잘 생기기 때문에 자주 리콜하면서 칫솔질 방법과 잘 안 닦이는 부분을 꼼꼼히 살펴주었다. 서로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났고, 나를 믿고 의지하고 따라와 주는 환자분께 늘 고마웠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고맙다고 머리망과 떡을 선물로 주셨는데 직원들에게 자랑하면서 항상 그 머리망을 착용하고 다녔다. 떡도 일부러 따끈할 때 가져온다고 아침부터 직접 운영하시는 떡집에서 가지고 오셔서 감동 받았다.
서로의 핸드폰 번호도 교환하고 치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문자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도 확인했다. 그러다 내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서로 연락이 뜸해지다가 완전히 끊기고, 핸드폰도 바꾸면서 전화번호도 지워졌었는데 이렇게 4년 만에 연락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
그 당시 환자 담당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 담당 환자들은 하나 같이 나랑 친했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었고 알려주고 싶었다. 문득,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나도 예전의 나처럼 그러한가.
핑계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실장이라는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환자에게 선을 긋고 예전 같은 그런 무작정 주기만 하는 친절함이 아니라 계산하는 친절함으로 대한 것 같다.
실장이기에, 그 병원의 얼굴이기에 더 친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환자들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은 게 아니었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예전의 나를 돌아보며, 순수했던 그때의 그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야겠다. 괜시리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이 일렁인다.
우리는 미용실을 선택하거나, 학원을 선택하거나, 병원을 선택할 때 잘하는 사람인지, 유명한 사람인지, 친절한지 이것저것 따지고 까다롭게 고른다. 신중하게 고른 그 곳에서 머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치료를 받다가, 그곳에서 가장 내 맘에 쏙 드는 미용사가, 혹은 선생님이, 의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면 그곳이 그리 멀지 않다면 따라서 같이 옮긴다.
그런데 치과위생사를 따라서 옮긴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다. 예전에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따라서 움직이는 환자는 절대로 없다. 의사 따라서 옮기면 몰라도. 있다면 진짜 제대로 된 치과위생사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치과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긴 하지만 일개 직원 일뿐이라는 생각이 우리 스스로 팽배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병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환자 한명 한명을 내 가족같이 대한다면 우리를 찾아서 오는 환자가 분명 생길 것이다.
요즘 불황, 불황 하는데 그 불황을 타개 하는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수가 경쟁’에만 머무르지 말고 환자의 마음을 터치 할 수 있는 감성경영, 감동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의사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직원들 모두가 합심하여 이루어 낼 수 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때의 그 순수했던 마음을 기억하자.
이선영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