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13번째
마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
나의 꿈은 마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였습니다.
지금은 언젠가 아무것도 치료할 줄 모르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필요 없어지면 꿈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구강건강을 위한 원고들을 쓰고 지우고 없애기를 여러 번 하였고 녹음테이프도 만들었었습니다. 물론 몇 번 안 쓰고 폐기되었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해보려 했지만 위상차 현미경은 생각보다 경비가 나가서 포기했고 오히려 기존 자료 화면을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기초과학을 공부하였던 때가 있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저희 학교 치주과 교수님이셨던 최점일 교수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치주과 교수님이신 최점일 교수님께서는 40대에 저희들에게 자신의 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구상에서 치주질환을 몰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치주과가 없어지는데….’이 생각과 수없이 논쟁을 해야 했습니다. 혼자서.
이제는 그 꿈을 이어받아서 치과 전체의 질병이 의사에 의하지 않고도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하면 내 직업이 없어지는데….’
처음에는 치과의사로서 많은 거짓말을 했던 때를 반성했습니다.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잘 가르쳐줄 수 있지만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지금은 이개부 병변이 생긴 환자에게 잇솔질이 잘못되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친절로써 응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안을 주더라도 분명히 말합니다. 그래서 얻는 것은 물질적으로는 아주 빈약한 수입이 돌아옵니다. 1000개에 2만5000원 하는 칫솔을 두 번 구입했습니다. 이제 3개째 구입할 시간입니다. 환자번호가 3000번 대입니다. 개중에는 멱살을 잡고 싸운 사람도 있고 거들떠보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 속에서 비열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직언을 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모자란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환자들의 행동이 변하고 말이 변하고 삶의 자세가 변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무조건 친절은 독약입니다. 저희 치과에는 칫솔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약국에서 치간 칫솔을 사오라고 하고 칫솔은 미세모가 아닌 빳빳한 싼 칫솔을 쓰셔야 한다고 권합니다. 치약도 중요하지 않은데 다만 마모제가 심한 일부 치약은 경계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세를 불리고 돈을 목적으로 남을 음해하는 사람은 극도로 경멸합니다. 돈을 열심히 버는 것은 좋지만 자신만 의롭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경멸합니다. 그들은 가식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한사람의 말 안 듣는 환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잇솔질을 잘 하고 있지만 이개부 병변이 생겼습니다. 치간칫솔의 사이즈가 작아 좋지 않아서 사이즈를 크게 하도록 이야기하고 이개부 병변에는 작은 치간칫솔로 부위를 꽂아 빼내서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냄새가 나면 협기성 세균이 자란 것이고 혐기성 세균은 플라크가 생긴지 8시간이 지나면 생깁니다.” “최소한 8시간동안은 이 곳 청소가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잇솔질을 하면서 잇몸에서 피가 나면 최소한 5일 이상은 이를 잘 닦지 않은 부위라는 뜻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피를 더 내면서 더 닦으셔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내원하는 환자들의 입안은 갈수록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혈관질환의 영향도 카렌자 책(글리크만의 임상치주학)의 주사현미경 사진을 보여주면서 수많은 세균이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눈으로 보여줍니다. 환자들에게 잇솔질 교습에 대한 비용은 받지 않습니다. 보통 그냥 돌려보냅니다. 보험청구도 하지 않고 저에게 수입은 0원입니다. 하지만 매일 이런 환자가 몇 명 씩 있고 하루에 7~8명 환자를 보면서 이들을 나의 수입원으로 잡지 않습니다. 5만원을 가져갈 때도 있고 10만원을 가져갈 때도 많지만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눈빛이 바뀌어서 저를 향해서 신뢰의 눈빛을 보내고 그들의 말하는 습관과 행동하는 습관을 바뀌는 사람들을 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야단맞지만 그들은 저에게 웃으면서 찾아옵니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내원할 때 마다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을 저에게 선물로 줍니다. 멀리 거창에서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치료가 다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나서 한 박스 주고 간 사람도 있습니다. 수십만 원보다 더 귀한 선물입니다.
김성수
희망을 주는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