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오전 7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장으로 치러진 고 이의웅 교수님 영결식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교수님을 잃은 애통함과 저마다의 교수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소리죽여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수련을 마친 뒤 27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제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회한의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님은 제 인생 특히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신 멘토이셨습니다. 영결예배에서 교수님을 ‘강한 듯 여린 분, 이의웅 학장님’이라 표현하였듯이 교수님은 학문적 열정이 강하며 끈기있고 추진력이 강한 리더이셨습니다. 악안면 영역의 종양 뿐 아니라 악교정 수술영역에서도 뛰어나셨고 대한악안면성형재건학회 회장,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회장, 동 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시며 한국 구강외과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셨지요. 베트남 참전을 비롯한 군복무후 줄곧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 젊음을 바쳐 후학을 길러내셨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제 6대 치대병원장, 제7대 치대학장을 4년 연임하시면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과 병원을 반석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언젠가 학장으로 계실 때 제게 치과대학과 병원을 구석구석 자상하게 소개시켜주시며 기쁘게 웃으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환자를 위해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으시며 엄하게 가르치셨기에 모두들 무섭고 강한 분이라고 하였지만 교수님은 인정이 많은 한없이 여린 분이셨다는 것을 저희 모두는알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함께 아파하시고, 따뜻한 음성으로 그들을 위로하시는 모습, 삶의 기로에 서있는 중환자들을 위해 고뇌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무엇보다도 겸손하셨기에 교수님의 제자가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당시 갓 마흔이 넘으신 교수님은 항상 검소하셨고 넉넉지 않은 월급으로 그 많은 제자들과 의국식구들을 위해 늘 푸짐한 음식을 차려 주시며 각별한 애정을 기울여주셨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의 기일을 잊지 않으시고 챙기시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던 그런 정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때때로 의국에 들르시어 저희들 각자에게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피시며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주시면 혼났던 기억들도 금방 눈 녹듯이 사라지곤 하였습니다.
교수님과 저와의 인연은 1982년 무렵에 시작 되었지요. 독일연수중에 의사와 치과의사면허를 동시에 가진 유능한 여성 구강외과 의사를 보시고는 4학년 학생이었던 저를 떠올리셨다며 구강외과 수련을 받을 것을 권유하셨지요. 그 당시 여성으로는 처음이어서 두려움이 컸지만 교수님께서 무한한 믿음과 용기를 주셨기에 힘든 수련을 마칠 수 있었고 과정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고 임상의로서 겪는 고비마다 흔들리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었습니다.
수련의 시절에는 동료 선후배들이 “이의웅 교수님은 심선생만 예뻐하신다”는 시기어린 농담에도 과민하여 교수님께 누가 될까 싶어 3년 내내 단 한 번도 사적으로 교수님을 뵙지 않았던 사실을 고백합니다. 박사과정이 끝나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며 자랑스런 제자가 되어 서운함을 꼭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종합병원에서 나와 개원을 하게 되었고 교수님의 기대에 부응해드리지 못한 송구함으로 더 서먹해졌던 것 같습니다. 병환 중에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황망히 보내드리게 되니 아픈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제가 미국연수로 인해 몇 해 동안 연락도 못 드렸음에도 귀국 다음해인 1998년 추석연휴에 친정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소식을 들으시고 한걸음에 달려와 위로해 주셨던 그런 따뜻한 분이셨기에 저뿐 아니라 자식 같은, 동생 같은 그 많은 제자들을 위해 똑 같은관심과 사랑을 쏟아 부어 주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저희들이 이토록 교수님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며 슬퍼하고 있지만 스승님의 큰 사랑을 늘 마음속에 새기며 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2년 전 뵈었을 때 말씀하셨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던 사모님께 평소에 하시지 못한 말씀 ‘사랑해요’를 이제 하시기 시작한다고요. 이 못난 제자도 이제야 말씀 드립니다. “나의 스승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스승님을 주님 곁으로 보내드리는 오늘 첫눈이 내렸습니다. 주님 곁에서 평안하시고 천국에서 기쁘게 만날 수 있도록 남은 인생을 스승님의 제자로 부끄럽지 않게 성실히 살겠습니다.
심현구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