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행복 그리고 전북대 치과 의료인

  • 등록 2013.11.29 16: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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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88번째-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필리핀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보파’로 지금까지 약 350명이 사망하고 400명 가까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필리핀 방재 당국은 남부 콤포스텔라 밸리 및 뉴바타안 등 모두 8개 주에서 희생자 시신들이 추가로 수습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


2012년 12월 작년 겨울, 한국에서 첫 눈의 기쁨을 진료실 창문 넘어로 만끽하고 있을 무렵, 해외뉴스 소개에서는 필리핀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보파에 의한 피해소식을 보도하였지만, 하얀 눈을 바라보는 저에게는 남의 일이였습니다.


2013년 하계의료 봉사단 모집 공고를 단장님께 전해 듣고 봉사 지역이 작년 겨울 태풍 피해 지역인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임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2007년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지원서에 ‘의료봉사’희망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어 놓고 있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들어 올린 무조건 반사와 같았습니다.


박주미 단장님 및 김정기, 양연미 부단장님과 15명의 의료봉사 단원은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에 의료봉사의 목적, 의료봉사 지역 선정에 대한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뜨거운 봉사열기와 의욕을 앞다둬 내세웠습니다. 준비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으로 떠나기 약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치과치료를 위한 재료 및 기구, 구강위생교육을 위한 시각자료들을 준비하였으며, 잇솔질 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들을 토의하고 봉사를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필리핀 민족어인 따갈루어로 발치 후 주의사항, 인사말, 간단한 의사소통 문장 등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가면서 단원들 모두 조금씩 필리핀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민다나오지역으로의 의료봉사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해당 지역이 ‘무슬림 반군 세력의 분쟁이 잔존’한다는 말로써 단원들 모두를 걱정의 소용돌이에 내몰았지만, 우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전북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생으로서 또한 치의학 의료인으로서 이 모든 걱정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밝은 웃음으로 봉사 시작
7월 28일 일요일 봉사의 첫 날이 밝았습니다. 첫 째 날 오전에는 현지에 계시는 한인들 및 민다나오 주민과 함께 많은 대화를 통해 현지를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해외 의료 봉사의 첫 발걸음 시작되었습니다. 탄산 음료수를 좋아해서 인지 남녀노소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앞 니 사이사이에 충치가 연탄재마냥 새까맣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구강의료 해택을 못 받아서인지 치아 통증의 원인이 되는 그래서 발치를 해야하는 치아를 지닌 환자가 많았습니다. 한 환자에서 치료를 해야하는 치아 개수가 5개 이상이였으나 수 많은 환자들이 문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주된 증상이 되는 치아만 선별적으로 치료하였습니다.


한 낮의 따가운 햇볕이 그늘을 만들어 갈 즈음 우리는 내일의 진료를 위해 아쉽지만 첫 날의 치과 의료 봉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진료 기기 및 기구를 꾸리는 동안에도 미쳐 치료를 받지 못 한 이들의 아쉬운 눈빛을 창문 넘어로 훔쳐보아야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며, 단장님 및 모든 단원들은 내일의 의료 봉사에 대한 열의를 한껏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7월 29일 이른 새벽에 기상하여 지난 겨울 태풍의 피해지역인 뉴바따안 지역으로 향하였습니다. 차창 밖을 통해 필리핀 민다나오 섬 주민들의 삶을 훔쳐볼 수 있었습니다. 바나나 농장, 야자수 나무와 줄기를 이용해 만든 작은 집, 지프니, 까만 피부에 새하얀 눈망울을 지닌 현지 아이들 및 열심히 일하는 주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3시간여 차량이동을 하다가 잠시 졸고 있다가 내린 곳은 작년 수마가 휩쓸고 간 뉴바따안의 수해지역이였습니다. 단원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에 시청 회의실에 진료 준비를 마쳤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어제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오전, 오후 진료를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오후 진료를 준비할 즘 뉴바따안 시장님께서 한국의 의료봉사 팀을 맞이해주셨으며 몇 번의 감사인사를 전해 단원 모두 힘차게 오후 진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던 수해민들이 치과진료 후에 우리에게 환하게 웃음으로 감사인사를 건냈을 때, 자랑스런 전북대학교 학생 및 의료인으로써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오후 진료를 1시간여 일찍 마무리하고 수해지역 곳곳을 발로 딛으며 피해상황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내일 진료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었습니다.


# 수해민들 봉사팀 보며 반갑게 인사
7월 30일 뉴바따안에서의 둘째 날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차량으로 시청 진료실까지 이동하여 도착 한 순간 단원 모두가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2층 진료실은 물론 건물 밖까지 환자들이 줄을 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진료준비를 하였으며 오전, 오후 진료를 웃는 얼굴로 마쳤습니다. 진료 후, 단원들에게 해맑은 미소로 배웅을 해준 현지인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감사함을 받기 보다 되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그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우리는 다시 차량으로 다바오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장거리 이동 및 진료로 인해서인지 단원 모두가 쪽잠을 청해야 했으며, 어느 덧 필리핀에서의 4번 째 밝은 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7월 31일은 바자오 읍내에 있는 면사무소에 진료실을 꾸렸으며 치과의료 해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치과 치료를 해주었으며, 많은 아이들의 웃음을 통해 필리핀 건강한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8월 1일 목요일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진료날이 밝았습니다. 다시금 마음을 붙잡고 끝나는 시간까지 단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치과진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스마일 학교는 한국의 봉사단체가 민다나오 섬 근교에 세운 교육 시설이였으며 많은 현지 아이들이 이 곳에서 필리핀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꼭 이와 같은 봉사단체에 후원을 해야겠다는 작은 포부가 생겼습니다. 

 
일주일 동안 우리가 만난 주민들의 삶은 참으로 열악하였고,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에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전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봉사팀이 준비해온 모든 것을 진심으로 담아 베풀었을 때, 그것으로도 그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할 수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어려운 분들에게 봉사를 하는 목적으로 찾아간 먼 길, 돌아올 때 우리 봉사단의 수화물은 매우 가벼워졌지만 오히려 마음은 무엇인지 모를 묵직함과 풍요로움으로, 비행기 창문너머로 8일 만에 처음보는 태양을 보는 우리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있었습니다.



김인주
전북대치전원 치과보철학교실 2년차

김인주 전북대 2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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