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함정

  • 등록 2013.12.30 16: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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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95번째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일하게 되었던 구강내과, 그 다음으로 구강외과를 거쳐 인턴생활의 오아시스라고 하는 종합 진료실에 오게 되었다.

 
종합 진료실에는 인턴의 자리인 안쪽 방사선촬영실에 ‘생각의 함정’, ‘닥터스 씽킹’이라는 두 권의 책이 있다. 다른 과에서 여러 인턴동기들과 함께 일하다가, 혼자서 일하게 된 이곳에서 초반 며칠간의 묵언수행을 뒤로 하고, 틈틈이 생각의 함정이라는 책을 꺼내어 읽었다. 가끔 생각이 많아질 때면 머리가 아플 정도인 나에게 생각의 함정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은 대체로 내 생각의 결과로 이루어진 선택들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럴 때 마다 돌발적인 상황에서 감정이나 감각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최대한 변수를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천재라고 불리는 에디슨을 비롯해, 케네디, 호치민 등의 지도자들도 범했던 인지함정의 오류에 대한 일화들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 인지함정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에 대해 설명하였다.


첫 번째는 노출불안이다. 나약함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인혼란이다. 복잡한 사건의 원인을 혼동하여 근본적 원인을 헷갈리게 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평면적인 관점인데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이분법적 사고로 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하는 경우이다. 네 번째로 만병통치주의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한 번 효과를 본 문제 해결방법에 대하여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도 똑같은 해결방법을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가진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정보 집착증으로 정보를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회피하려고 함으로써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고 왜곡된 판단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로 거울이미지라고 했는데,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나타나는 오류이다. 마지막으로 정태적 집착은 나만의 세상에 갇혀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가진 능력보다 진정한 우리를 훨씬 잘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라고 하였던 조앤 K. 롤링의 말이 생각났다. 나의 선택이 내 모습을 결정할 수 있기에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한 것 같다.


나약한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 상대방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 등은 누구나 범하기 쉬운 것이다.


치과의사로서 첫 걸음마를 떼는 나에게 있어 일상적인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내가 이러한 인지함정의 오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도록, 1년간의 인턴생활에서 어쩌면 마지막 독서가 될지도 모르는 ‘생각의 함정’이라는 책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


최안나
부산대치과병원 진료처 인턴

최안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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