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평화로운 풍경 그윽
심설 트래킹 더없이 적합한 환경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적합
최고 높이 1,068m에 달하는 가평 연인산은 산자락을 넓게 펼친 부드러운 육산이다. 덕분에 등산객은 물론이고 걷기꾼들과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아웃도어 명소가 됐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연인산은 1999년에 산 이름을 공모하여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산줄기 각 능선 사이로 멋들어진 계곡을 거느린 연인산은 그중에서도 용추9곡이란 수식어로 잘 알려진 용추계곡이 발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경치 좋은 계곡을 찾는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하얀 눈이 대지를 덮는 겨울에는 청신함만 남아 평화로운 풍경만 그윽하다.
이렇듯 한산한 겨울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봄~가을 유산객들을 위해 접근성이 편하도록 만들어 놓은 포장도로와 넓은 등산로가 눈이 내리면 심설트래킹에 더없이 적합한 환경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가평터미널과 가평역에서 운행하는 노선버스가 있기에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대중교통만으로도 기분 좋은 당일치기 심설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초심자도 장비만 갖추면 도전 가능한 눈길
이 길의 시작은 용추버스종점이라고 불리는 용추주차장에서 시작한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도 되고, 내려올 때 일부구간을 새로운 길로 우회해서 회귀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갔던 길을 되짚어 시작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이므로 겨울철에도 초심자가 부담 없이 걷다가 자기 체력에 맞는 곳에서 턴을 해서 되짚어 올 수 있다. 물론 겨울철에 반드시 갖춰야할 아이젠과 스패츠, 보온장구는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용추주차장을 출발하자마자 계곡을 건너는 작은 세월교를 지나면 어느 길로 가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다리 건너 바로 오른쪽으로 가면 용추계곡소릿길이라는 잣나무 숲길이고, 다리건너 그대로 직진하면 펜션이나 식당 등이 늘어선 마을 계곡길이다. 쌓인 눈이 적을 때는 당연히 잣나무 숲길을 추천한다. 하지만 길 위에 앞서간 사람의 흔적이 없고, 눈도 무릎 이상 깊이 쌓였다면 직진해서 마을길로 가는 것이 좋다.
마을길은 간혹 차량이 지나가는 포장도로지만 눈이 쌓이면 인공적인 느낌은 싹 사라진다. 잣나무 숲길이나 마을길 모두 2㎞ 정도 걸으면 물안골마을에서 서로 만나 용추계곡 상류를 향한다. 간혹 갈림길이 나오지만 계곡을 따라 길을 잡으면 무리가 없다. 물안골마을에서 15분 정도 더 걸으면 이제부턴 차량 차단 말뚝이 차량 진입을 아예 막아버린다. 덕분에 오지 심설 트래킹의 느낌으로 눈부신 심설 비경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게 된다.
#눈 속에서 더 빛나는 용추구곡의 비경!
차량 차단 말뚝 바로 옆에 ‘연인산 정상 8.2㎞’ 이정표가 우리의 갈길을 가리킨다. 지금까지의 길도 좋았지만 여기부터의 길은 더욱 더 그윽한 겨울의 풍치가 이어진다. 이정표처럼 8.2㎞를 가면 해발 1,068m의 연인산 정상 등반도 하겠지만 걷기여행을 하기에는 여기서부터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도착하는 내곡분교(폐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 적당하다.
물론 그 전이라도 체력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다면 언제라도 되짚어서 용추버스종점까지 돌아오면 된다. 내곡분교까지 가는 길에는 용추계곡의 아름다운 비경이 하얀 눈모자를 쓴 채 걷기꾼들을 맞는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하늘나라 옥황상제를 모시던 호기심 많은 거북이가 경치에 반해 내려와 놀다가 결국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그대로 바위로 굳어 버렸다는 귀유연도 있고, 조선 후기의 학자인 유중교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며 감탄하며 머물던 농원계도 거쳐 간다.
이 모든 것이 하얀 눈 속에 파묻힌 계곡 얼음 속으로 흐른다. 수북이 쌓인 눈이 이 모든 풍경을 덮었지만 눈길 위의 걷기여행자에게는 희한하게도 심안이 열리는지 그 어느 계절보다도 하얀 눈 속에서 빛나는 비경의 속내가 더 환히 들여다보인다. 필자의 말이 농인지 사실인지는 이 길을 직접 걸어서 확인해보면 알 것이다.
폭설이 내리면 걷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폭설 후에는 반드시 연인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노면상태 등을 파악하고 출발하자. 관리사무소와 통화할 때는 정상등반이 아닌 용추버스종점부터 내곡분교 왕복이라는 점을 알리고 노면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이 구간은 민가가 중간까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길이 닫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겨울철이므로 버스 운행에 대한 부분도 가평터미널에 사전체크하면 더욱 확실할 것이다.
● 걷는 거리: 왕복 9.8km
● 소요 시간: 4~5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 길찾기: 계곡만 따라 걸어가면 된다.
● 먹거리: 중간에 식당과 매점이 있으나 겨울에는 영업을 안 하므로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자
● 자세한 코스 지도와 여행정보는 [발견이의 도보여행 www.MyWalking.co.kr] 걷기여행 코스 위성지도 경기도 편 참조
● 버스교통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노선버스 시간표를 잘 맞춰 움직여야 한다. 버스 소요시간은 20~30분 정도 걸린다. 또한 폭설이 내리면 걷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폭설 후에는 반드시 연인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31-580-9900)에 연락을 취해보고 가길 바란다.
● 찾아가기
가평터미널 →용추버스종점: 6:15 9:20 11:50 14:20 15:30 16:30 18:00 20:10
가평역 → 용추버스종점: 9:15 14:15 15:25
● 돌아오기
용추버스종점→ 가평터미널행: 7:10 9:40(가평역) 12:10(가평역) 14:40(가평역) 15:50(가평역) 16:50 18:20 20:30
● 가평터미널: (031)582-2308
● 문의: 연인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31-580-9900)
눈덩이를 이고 선 용추계곡의 설경.
계곡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지기에 길찾기도 어려울 것이 없다.
용추버스종점을 출발하면 곧 만나는 이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잣나무 숲길이 근사한 용추계곡소리길이다. 눈이 많이 쌓였을 때는 마을길로 그대로 직진하는 편이 좋다.
가평 연인산의 잣나무숲. 눈 쌓인 잣나무 숲길은 생각만 해도 좋은 기운이 스민다.
왕복하는 노선이므로 초심자도 큰 부담 없이 심설걷기를 즐길 수 있다.
윤문기(발견이)
-현 (사)한국의 길과문화상임이사 / 사무처장
-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생태탐방로 컨설팅 및 선정위원
-현 걷기여행 동호회 운영 (발견이의 도보여행)
-현 한국걷기동호회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