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쇤베르크, 20세기 음악의 선두주자로 무조음악의 지평을 연 작곡가이다. 새로운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불러일으켰으나 추종자도 있었는데, 작곡가 알반베르크와 안톤 베베른이 대표적이다.
쇤베르크는 결코 순탄한 생애를 살지 못했다. 나치 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프러시아 예술 아카데미의 작곡과 마스터 클래스 교수직을 잃었고,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 다시 교수직을 얻긴 했지만 그리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주요작품으로 현악6중주곡 ‘정화된 밤’, 연가곡 ‘달에 홀린 피에로’, 오페라 ‘모세와 아론’ 등이 있다.
쇤베르크는 숫자 ‘13’의 공포증을 갖고 있었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탓에 주변에서 수많은 놀림을 받아 강박증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13일에 죽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의 모든 악보의 13페이지는 12B로 대체되었고, 지인이 오페라 ‘모세와 아론’의 제목의 알파벳 개수가 13이 된다는 말을 하자 ‘Moses und Aaron’에서 ‘Moses und Aron’으로 수정한다. 그는 76세의 나이로 13일의 금요일에 세상을 떠났는데, 7+6=13을 항상 두려워해서 늘 버릇처럼 76세에 죽을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자신의 예언에 따른 것이다. 그는 결국 죽기를 두려워하던 그날에 죽은 것이다.
최근에 영화 ‘Compliance(2012)’를 본적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의 어느 패스트푸드점을 그 배경으로 한다. 손님이 많아 일손이 부족한 금요일 오후,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수화기 너머로 스스로 경찰이라고 밝힌 한 남자의 명령에 따라 패스트푸드점의 직원들은 아르바이트 여직원을 감금하고, 알몸수색 하며, 험한 일까지 당하게 하고 나서야 마치 최면에서 풀린 듯 상황을 이해하고 사건을 수습한다. 보이스 피싱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순간의 많은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 근원이 공포, 걱정, 권위, 선입견 그 무엇이든 간에 ‘믿음’은 대단한 힘을 가진다. 에크하르트 톨레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 중에서 80~90%는 반복적이고 부질없는 잡념에 불과하다’고 하며, 어니 J. 젤린스키에 의하면 ‘우리가 걱정하는 96%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료실 환자에 대한 고민의 시간, 심지어 수면이나 여가시간에도 우리의 직업과 관련된 ‘걱정’이 존재하고 이는 믿음을 만들며 그 믿음은 우리의 행동양상을 바꿔놓는다. 쇤베르크와 영화 compliance는 극단적인 부정적 믿음의 예시이다. 긍정적 믿음에 의한 기적같은 예시도 분명 찾을 수 있으며, 기적이 아니라도 그것은 우리의 인생을 보다 낫게 만든다.
분명 우리는 96%의 공간을 희망, 꿈, 긍정적 에너지, 이성(理性), 현실감, 판단력 등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을 걱정거리에 의해 소모되기에는 우리의 정신, 가치, 인생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