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 등록 2014.01.28 11:30:27
크게보기

Relay Essay-제1903번째

드소토 선생님은 치과의사입니다. 선생님은 생쥐인데요. 자기와 몸집이 비슷한 두더지나 다람쥐는 치과 의자에 앉히고 치료해주었고 조금 더 큰 동물은 사다리위에 올라가서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고양이나 다른 사나운 동물은 치료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여우가 턱에 붕대를 매고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통증을 호소하자 드소토 선생님과 그의 부인은 위험하겠지만 치료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여우의 상태를 확인한 선생님은 썩은 어금니를 빼고 새 이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마취를 하고 도르래로 여우의 이를 뽑고 나서는 솜뭉치를 물려주면서 내일 새 이를 해 줄 테니 병원에 오라고 했습니다. 여우는 집에 가면서 ‘치료가 끝나면 생쥐들을 잡아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과 부인은 저녁이 되어 병원 문을 닫고 금을 녹여 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았던 선생님과 부인은 내일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을 한 후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여우는 기분 좋은 모습으로 병원에 나타났습니다. 선생님과 부인은 무거운 금니를 여우에게 끼워주었습니다. 여우는 금니를 만족해 하면서도 속으로는 선생님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큰 병을 들어서 말했습니다. “우리가 새로 발명한 특별한 약인데 이것을 이에 발라주면 이가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예요.” 여우는 조금이라도 아픈 것은 싫어서 약을 바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은 여우의 입안으로 들어가 이 하나하나 마다 약을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다 바르고 입 밖으로 나온 선생님은 “입을 꼭 다무세요. 1분 동안 입을 벌려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여우는 시키는 대로 했고 1분 후 입을 벌리려고 했는데 이게 웬일. 약 때문에 이가 서로 꽉 달라붙어 입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드소토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아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하루나 이틀은 입을 벌릴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다시는 이가 아프지 않을테니까요.” 여우는 할 수 없이 달라붙은 이 사이로 “대다니…고마스니다…”라고 말하고 허둥지둥 진료실을 나갔다고 합니다.

 얼마 전 우연히 병원에 비치되어있던 도서를 보다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몸집으로 자기보다 힘세고 큰 환자들을 진료하는 생쥐 치과의사.

요즘 치과의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병의원간 경쟁도 심하고 그 경쟁 속에서 도덕심과 자존심의 추락도 감수하는 일부 치과의사들의 진료행태, 난무하는 의학지식들과 점점 까다로워지는 환자들과의 마찰까지. 듣고 있자면 우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나는 어떤 치과의사가 되어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이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나 나쁜 의도를 가진 환자를 큰 트러블 없이 병원 문을 나서게 하는 지혜로움은 저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변함없이 중요한 것은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겠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로 진료에 임해야겠습니다.

김은강 
부산대치과병원 치주과 전공의

김은강 전공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