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하는 장비와 술식으로 올드치과들과는 더욱 격차를 벌려가는 최첨단 치과들. 그러나 올드치과에는 최첨단 치과에는 없는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가 있다.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 두 치과를 다녀왔다.
# 불혹 훌쩍, 원장도 장비도 함께 늙어가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자리한 한 치과의원. 1974년에 개원했으니 올해로 불혹을 넘겼다.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이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70년대 개원 당시만 해도 널찍한 대기공간에 카페형 인테리어를 선보여 주면 치과들이 벤치마킹하곤 했던 치과”라며 “다른 동네치과에서 어려운 진료를 하다가 환자들에게 큰 병원을 찾아가라고 하면 우리 병원을 찾아오곤 했다. 환자들에게 대학병원 같은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A원장은 “70년대에는 체어 두 대만 놓으면 갖출 것 다 갖춘 치과였다. 일본에서 하이스피드모터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그 놀라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재료상들이 커다란 손가방에 재료들을 가득 담아 들고 다니며 팔던 시절이었다”며 “요새 장비들과 어떻게 감히 비교하겠느냐. 그러나 지금도 옛날 장비들로 내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A원장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진료를 하며 제일 먼저 고려했던 것은 환자의 경제사정”이라며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부족한데로 끝까지 환자를 치료했지 중간에 진료를 그만두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A원장은 “세월이 변해 이제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진료들을 하고 있는데, 책임질 수 있는 진료,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진료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환자들에게는 전문용어를 쓰지 말고 최대한 쉬운 말로 설명해 주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진료비를 못내 미안해하던 환자가 감자며 고구마며 시골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가져다 줬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이 곳에서 쌓은 추억이 너무 많아 힘 닿는 데까지 병원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 훌륭한 목수+좋은 연장 최상 결과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치과병원. S대 출신 베테랑 원장들과 전문의들이 의료진으로 포진해 있다.
3차원 CT를 활용해 모의 시술을 진행하는 임플란트 전문센터를 비롯해 각종 교정시스템과 최신의 미백 및 라미네이트 시스템. 환자들에게 각종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디네이터와 보조직원이 다수다.
최고사양의 CT와 유니트체어, 진료항목에 따라 별도로 운영되는 1인 진료실 등 진료장비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얼굴이 비칠 듯한 대리석 마감재와 소파, 대형 벽걸이 TV, 최고급 커피머신이 연출하는 진료대기실이 호화스럽다.
병원 관계자는 “니즈가 높은 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동네인 만큼 주변의 다른 치과들도 인테리어와 장비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추세”라며 “그러는 만큼 수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지역 치과를 찾는 환자들은 심미적인 진료 등을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아 만족도가 우선이고, 수가를 갖고 불만을 얘기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병원관계자의 설명이다.
# 병원설비, 자기만족 안돼! 정확한 환자군 파악이 먼저
병원 개원 및 운영경비를 분석해 보면 보통 개원가에서 1인 원장이 30평대 치과를 개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들어가는 유니트체어는 3~4대.
고급사양의 경우 대당 가격이 5000~7000만원이며, 기본형의 경우 1000만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치과의사들이 병원을 신규 개원하는 경우는 기본형 체어를 선택하며, 고급사양은 잘되는 병원의 확장이나 노후 체어 교체 시 구입하는 추세다.
여기에 요즈음은 7000만원~1억원 수준의 파노라마 CT가 기본 장비이고, 임플란트를 포함해 초기 구비해야 하는 재료비용이 1000여만원 정도 들어가 신규 개원치과에 들어가는 장비비용만 1억5000만원~2억원 사이다.
여기에 병원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합치면 수도권 평균 개원비용은 3억5000만원 안팎이다.
인건비의 경우는 신입 치과위생사의 경우 평균연봉이 2000~2200만원, 치과조무사의 경우 1500~1800만원 정도인데, 개인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에서 치과스탭 3명을 고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인건비는 700여만원이 평균이다.
경력이 있는 A급 치과위생사나 실장들의 연봉은 3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어 스탭들 간 급여 편차는 큰 편이다.
한 병원 컨설턴트는 “그러나 이제는 병원들의 규모와 운영형태가 다양해져 수익의 평균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월 1000만원을 못 버는 치과에서 5000만원 이상 순익을 올리는 곳도 있다”며 “강남에서 규모를 갖추고 임플란트나 교정, 라미네이트 등 특정 진료만 올인 하는 병원들의 월수입은 억대를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경영의 핵심은 외형이 아니라 원장 본인만의 수익창출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군의 특색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젊은 치과의사들은 외형에 신경 쓰기보다 장비의 충분한 활용법과 시설·인력에 대한 관리법을 익히는데 중심을 둬야한다. 호화로운 시설을 꾸미는 곳은 경력이 쌓여 진료나 경영에 자신감이 붙은 선배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