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의 밤하늘

  • 등록 2014.03.14 1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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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15번째

고된 전공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겨울휴가로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사실 모로코는 처음 스페인 여행계획을 잡을 때 생각조차 안 한 나라였으나 지도를 보던 중 스페인 남부 지브롤터 해협과 인접한 북아프리카 대륙을 보고 충동적으로 계획에 넣은 나라였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소설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양치기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양을 팔고 타리파에서 탕헤르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 장면이 나온다. 왠지 그 책처럼 배를 타고 국경을 건너면 여행이 조금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넣은 그런 나라였다. 아 그리고 지도를 보니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보이길래 익숙한 도시 이름이고 영화에도 나왔기에 여기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즉, 모로코가 뭐가 유명한지 그 나라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마라케시라는 도시에서 사하라 사막 투어 코스를 보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차로 달리고 달려서 또 낙타로 갈아타서 사하라 사막에서 별을 보며 하룻밤을 잔다는 투어였다. 당연히 이 코스도 가야지 하다보니깐 스페인 일정이 대폭 축소되고 그라나다, 코르도바와 같은 도시도 다 빼버리게 되었다.

모로코 여행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항구에서 나오자마자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배낭을 맨 어리버리 동양인 여행객이니 얼마나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였겠는가. 나름 협상을 해서 적정가격에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갔는데 기사가 말을 바꾸는게 아닌가? (그 이후로 무조건 미터기를 키는 택시만을 타게 되었다) 한번은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양고기를 먹고 있을 때였다. 모로코는 식기를 쓰지 않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입에 넣어 먹는다. 양고기 옆에 소금이 있는데 매번 갈아주는 깨끗한 소금이 아니라 공용으로 먹던 손으로 집어서 양고기에 뿌려 먹는다. 일단 현지식으로 나도 용감하게 소금을 뿌려 먹었다. 그런데 야채가 먹고 싶었는데 옆 테이블에 손님이 먹다 남은 올리브가 보였고 직원한테 나도 올리브 먹고 싶다며 그 올리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직원이 “no problem” 이라며 그 올리브 접시를 바로 우리 테이블로 갖다 주었다. Oh my God! 한 1분 고민한 끝에 소금을 뿌려 먹었는데 이미 위장이 contamination되었다고 생각하고 더욱 용감하게 깨끗한 올리브만 골라 먹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새로 주문하면 되는데 우리 행색이 후줄근해보여서 달라는 줄 알았나 보다. 물론 그 올리브는 계산서에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일정들을 거쳐서 마침내 사하라 사막에 당도하게 되었다. 해가 지자 우리를 안내해준 유목민인 베르베르인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전통음악을 불러줬고 밤하늘에는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질 것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양치기 소년이 아가씨에게 수작(?)을 부릴 때 쓰인 밤하늘이 바로 여기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는 아프리카이고 내게 아가씨 같은 분은 없었다).

그렇게 스페인에 돌아가고 하루가 지나자 장염에 걸려버렸다. 그게 올리브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음식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모로코 여행을 다시 생각하면 가장 먼저 올리브가 생각날 것이고 두번째로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이 떠오를 것 같다.

조현재
예방치과 전문의

조현재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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