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관계맺기…

  • 등록 2014.07.15 1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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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47번째

나는 영화보기를 무척 좋아한다.

돌이켜보니 자유가 허용되기 시작한 대학시절부터 연극, 영화를  많이 찾아다녔고 결혼이후 이런저런 역할에 바빠서 취미생활의 필름이 끊겼었다. 그러다 약 5년 전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여 같은 대학 연극부 후배와 동료로 일하면서 다시 취미생활에 불이 붙었다.

처음엔 보고 싶은 연극을 쫓아다녔는데 시간, 공간적 제약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다.

진료하는 주중보다 휴일인 주말엔 더 바쁘고 치열하다.

아직 수험생인 두 아이들의 스케줄과 투정을 피해 아주 치밀하게 영화와 가능시간을 찾아 예매하고 주차시간도 부담스러워 택시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허덕이면서 취미생활을 고수하다가 최근엔 “엄마도 힐링이 필요해”라며 주말의 일정시간은 완전히 자유를 보장받았다.

왜 내가 영화에 이렇게 몰두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나의 영화에 대한 ‘공감’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상황과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일치감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상처와 부끄러움과 후회 등을 끄집어내어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며 그 당시엔 몰랐던 새로운 관점으로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최근에  본 영화 ‘그녀(Her)’도 공감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영화 ‘그녀’는 가까운 미래인 2020년대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첨단의 기술, 과학의 발전으로 도시는 무척 차분하고 세련되었다. 주인공 씨어도어는 감성적이며 다정다감한 사람이지만 정작 부인과는 이혼소송중이다. 부인은 공감의 부재와 감정조절에 유약한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이해와 교감을 요구하다가 마침내 포기하고 떠나려한다. 씨어도어는 이별이란 상황이 두렵고 이혼을 원하지도 않지만 어떻게 부인과 풀어나가야 하는지 모른 채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 속에 지내다 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OS1을 구입하여 설치하고 자신의 기호와 성격을 파악하여 전적으로 공감해주는 사만다(OS1)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의존하게 된다. 사만다는 씨어도어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며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씨어도어가 원할 땐 항상 같이 있어줄 수 있는 맞춤형 친구였는데 씨어도어와 경험을 나누며 진화할 수 있었으므로 마침내 씨어도어와 사만다는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에게 마음을 열며 부인과의 이혼을 치러낸 씨어도어는 어느 날, 사만다가 자기만의 사랑이 아닌, 동시에 8000여명과 접속하며 600여명과 사랑에 빠져있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임을 깨닫고 마침내, 사람과의 사랑은 일방적이 아닌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누어야만함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내면에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고 있다.

 기술과학의 발전은 사람을 편리하게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을 많이 생략하게 해준다. 이것은 오히려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마치 나이 드신 분들이 스마트폰을 부담스러워 하듯이 사람들에게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여 관계를 맺는 과정을 불편하고 두렵게 생각하게 한다.

관계맺기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하는 문명 속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지켜야 만이 우리는 진정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김미경 대한여자치과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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