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반 학부모일기

  • 등록 2014.09.11 1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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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61번째

며칠 전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 쓴 일기장을 들여다보니 ‘힘내라고, 너는 해낼 수 있다‘며 자신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던 나의 싱클레어를 만날 수 있어서 시나브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아! 그 시절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그런 일로 많이 힘들어 했었네…’


학부모 일기를 써야한다는 얘길 얼핏 들었는데, 중학생인 딸아이가 오늘은 학부모 일기장이라며 아빠에게 건넨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도 ‘나의 초등학교 4학년 그 어느 날’ 이란 제목으로 아들의 일기장에도 일기를 썼었는데, 딸아이의 학부모 일기도 아빠 몫이다. 딸에게 아빠가 일기를 다 써주면 문화상품권이라도 줄 거냐고 우스개 소리를 건네 본다.


마냥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아빠의 중학교시절을 떠올릴 때면 두 분의 참 고마운 선생님이 떠오른다. 한 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아빠를 늘 칭찬해주시고 인정해주시던 기술과목을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셨다.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앞으로 불러내서 신고 계시던 슬리퍼를 벗어들고 친구들 뺨을 때리곤 하셔서 친구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했었는데, 그래도 내게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멋진 키팅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셨다.


다른 한 분의 선생님은 잘 생긴 외모에 키도 훤칠하신 멋쟁이 음악선생님이셨는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셨다. 여름방학 종업식이 있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전교생이 모여 있는 강당에서 단상 앞으로 나오라며 갑자기 아빠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부끄러워하며 당황해하는 내게 다가오시더니 옷매무새를 고쳐주시며 다정하게 웃어주시던 음악선생님이셨다. 마치 값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처럼, 아빠를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시며 응원해주시던 선생님들의 기억은 언제나 마음에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게 한단다.


아빠가 지금의 네 나이또래였을 때 할아버지는 소꼴을 베어 나르고 가축들을 돌보는데 열심인 막내아들에게 우리 집 살림꾼이라며 동네 어른들 앞에서 치켜세워주곤 하셨다. 배움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을 칭찬해주는 법을 어디서 배우셨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를 말이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자란 아빠가 일상의 스트레스를 탓하며 오히려 너희들에게는 칭찬에 인색한 아빠가 되어서 미안하구나.


분주하게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밀려드는 학원숙제에 또 학원보충수업에, 선행학습에 힘들어하고 지쳐가는 너희들을 보며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았으나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아빠의 마음은 너희들에게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빼앗은 듯해서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엄마가 평소 네게 들려주던 말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긴 시간의 터널들을 지날 때면 앞만 보며 달려가지 말고,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과 곧게 뻗은 나무들과 파란 하늘과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새소리와 네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건네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네게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친구들이 필요한 것처럼, 너도 함께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좋은 제자와 좋은 친구가 돼주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길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단다. 남들과 비교하며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기도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도하고, 아직도 서툴고 불편한 인간관계로 힘들어 하기도 하지.

 
일상이 주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서서히 방전돼가지 않도록 네 마음속에 늘 여분의 배터리 하나를 챙겨두어야 한단다. 네가 좋아하고 네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네 삶의 여유가 되고 열정이 되어 너와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쫓기듯 사는 삶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이란 찾아볼 수 없단다. 늘 마음에 여유를 잃지 않도록 네 자신을 돌아보며 다독여주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가득 차 있어야 비로소 흘려보낼 수 있듯이, 우리의 삶엔 늘 여유와 위로가 필요하다. 사랑한다 나의 딸~         


임용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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