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치과의사는 개원을 하자마자 환자를 치료하는 치과의사(DDS)이자 동시에 치과를 경영하는 치과원장(CEO)이 됩니다. 먼저 “Dentistry is a dental art and science”라고 정의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치과의사는 환자의 진료를 과학적인 원리에 맞게 예술적인 감각을 살려 환자 맞춤식 치료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치과 치료가 과학적 원리의 토대 하에서 숙련의 과정을 거치는 도제(陶製)교육과 맞물려야만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치과임상을 따라 가기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학부 및 수련과정을 통해 습득한 기본적인 임상 지식과 수기를 활용하면 약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형이하학적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과를 경영해야 하는 치과원장(CEO)은 치과의사의 입장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치과원장이라는 직함은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치과의사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직함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개원과 동시에 치과원장이 되어 곧장 직원 채용 및 관리를 포함한 치과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치과대학·치전원을 졸업한 치과의사는 치과 병원 경영전반에 대해 배운 바가 없기에 속된 말로 구멍가게 주인이나 다를 바 없는 데, 갑자기 치과를 경영해야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좀 더 고급(?)스럽게 말하면 ‘형이하학(physics)’만을 공부한 치과의사에게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 ‘형이상학(metaphysics)’적인 환자와 직원의 마음까지 고려한 경영까지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필자가 대학 1학년 때 교양강좌과목으로 ‘철학개론’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사물의 근본 원리를 알려주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철학은 그 시절의 필자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시절 들었던 ‘형이상학(形而上學)’과 ‘형이하학(形而下學)’이라는 용어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볼 때 학문의 정의를 설명하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라는 용어가 꽤나 필자를 감동시켰는가 봅니다.
주역(周易)의 ‘계사상전(繫辭上傳)’에 ‘형이상’이란 형상(形象) 이전의 근원적인 사물의 본래 모습으로 도(道)이고, ‘형이하’란 형상(形象) 이후의 감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로 기(器)라고 하는 데서 이 두 용어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송(宋)나라 주희(朱熹)가 ‘형이상’을 ‘이(理)’ 또는 ‘성(性)’으로, ‘형이하’를 ‘기(氣)’라는 성리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발전시켰고, 16세기 조선의 성리학자들 간에 치열한 이기(理氣)논쟁을 촉발시켰던 점으로 보아 ‘형이상’과 ‘형이하’라는 용어는 존재와 소유, 마음과 물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화두임이 분명합니다.
지난 3년간 병원 경영 문제로 두 번의 소송을 당하고 모두 승소하는 과정에서 결국 법(민사소송)이란 소송 당사자간의 빵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는 글이 마음에 확 꼽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치과학도 민법학처럼 바로 인간들의 빵 문제를 해결해 주는 형이하학인데, 이러한 형이하학을 전공한 치과의사에게 인간 이해에 필요한 형이상학까지를 아는 치과원장이 되어야 한다니 이 또한 스트레스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환자의 육체에 필요한 빵을 구워 주기 위한 공부도 벅찬데, 속된 말로 인간의 마음 속 내밀한 욕구까지 구워(?) 삶아 내어야 하니….
이에 일부 치과의사들은 문학, 역사, 철학(文史哲) 동호회(치과의사문인회)를 결성하여 형이상학적 공부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부 대학에서도 의료인문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하여 학부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니 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따른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개원의란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빵을 구워주는 치과의사이자 환자와 직원의 마음을 구워 삶아야 하는 치과원장이기에 생존에 필요한 빵 강좌(?)가 필요하겠지요.
만추(11월 8일 오후 2 - 6시)에 ‘Stress-free Life(스트레스 없는 삶)’라는 주제로 대한여자치과의사회 2014년 추계학술대회(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가 열립니다. 초청한 세 분의 연자와 연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윤대현 신경정신과 교수의 ‘최신 스트레스 해소법, 철학박사 강신주의 ‘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 및 진상배 치과원장의 ‘턱관절 치료의 보험 청구’.
늦가을 오후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는 즐거운 축제에 회원 동료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성근 치협 문화복지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