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강조하는 홍보 전략의 덫 (2014.10 마징징(Jingjing Ma), 닐 J. 로즈(Neal J. Roese) 마징징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닐 J. 로즈(Neal J. Roese)는 켈로그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여러분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면 겸손의 마음으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까? 아마도 ‘최고’가 되고자 끊임없이 자기를 낮추어 배우고자 노력하고,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는 분들이 독자의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여기 ‘최고’가 능사가 아님을 입증하는 흥미로운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최고지향심리의 부메랑 : 어떤 기업에서 훌륭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이 회사는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 중에서 자사 제품이 ‘단연 최고’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싶어한다. 이에 마케팅팀은 제품의 특성과 가격을 경쟁사와 비교해가며 자사 제품의 우월함을 뽐내는 광고를 제작하고, 덕분에 엄청난 제품 판매 실적을 올린다. 하지만 이 회사는 승리의 기쁨을 맘껏 누리지도 못한 채 쇄도하는 소비자들의 불평을 듣게 되고, 결국 많은 양의 제품이 반품되는 상황에 처한다. 명백한 전략 실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비교 광고와 ‘우리 제품이 최고!’라는 식의 제품 포지셔닝 활동은 소비자에게 최고를 지향하는 심리(maximizing mind-set)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 놓인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돈을 낭비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당함이 좋을 수도 : 세상에는 선천적으로 최고지향 성향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로 적당함에 만족하는 성향을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 연구에 따르면 이런 태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었다. 비교를 장려하거나 최상의 제품을 고집하라고 설득하면 소비자들은 최고지향심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최고지향심리를 유발하는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면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후회하는 감정을 갖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다음번에 물건을 살 때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기 쉽다.
‘최고’를 강조하는 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재현하기 위해 대학생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고지향심리를 유발한 뒤 제품 만족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수차례 진행했다.
예를 한 가지 들자면 이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직원 복지제도나 모기지 상품 등을 보여준 뒤 한 그룹에게는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게 해 최고지향심리를 갖도록 하는 한편, 다른 그룹에게는 단순히 상품 간의 차이에 대해서만 물어봤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과자를 하나씩 고르게 했다. 그 후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원하는 과자를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고른 과자가 떨어졌다며 다른 과자를 지급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여러 기준에 따라 지급받은 과자를 평가했다. 최고지향심리를 갖게 한 그룹 중 원하던 과자를 받지 못한 이들은 다른 그룹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불만을 표현했다. 이들이 그동안 드러내왔던 지불의향(WTP) 수준이 낮아졌고 다음번에는 다른 브랜드의 과자를 먹겠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고지향심리를 유발한 뒤 제품 평가를 내리게 했던 다른 실험들에서도 모두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젠 솔직해지자 :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광고와 매장 디스플레이 전략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비교 광고를 하거나 ‘최상급’을 강조하고 싶다면 자사 제품이 모든 면에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전략을 개의치 않고 펼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간발의 차이로 최고의 선택 사항을 놓쳤을 때 가장 크게 후회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제품에 자신이 있더라도 비교 광고를 삼가고 ‘최고’라 강조하는 문구를 줄이는 편이 경영진으로서는 골머리 아픈 일을 피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여러분 대부분은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마케팅팀이나 스탭, 아니면 외주 마케팅에이전시는 여러분이 ‘최고’라고 홍보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여러분 아니 여러분의 팀이 혹시 ‘최고’라 자부하며, ‘최고’임을 홍보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적당한 기대와 서비스가 오히려 ‘최고’를 이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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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PWC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중소기업 및 의료전문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하였고, 의료비분납프로그램
와이즈플랜(wiseplan) 시스템을 보급하는 ㈜와이즈케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hssong@wisecare.co.kr
송형석 (주)와이즈케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