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이 보유해야 하는 외국 의사 · 치과의사 면허 보유자 10% 비율이 삭제되는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의료기관의 설립에 대한 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는 이 조치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이하 복지부)는 지난 11월 21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면허 소지자 비율(10%)을 삭제하고 ▲의사결정기구의 장은 외국의료기관의 장으로 한다는 기존의 안을 삭제하며 ▲외국의료기관 내 ‘진료와 관련된 의사결정기구’ 구성 시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면허 의사로 하는 규정을 완화한다.
다만 현행 시행규칙상 외국의료기관내 진료과목별 1명 이상의 외국 면허를 두도록 하는 규정은 유효하게 적용하며, 외국인 투자비율은 50% 이상, 해외 소재 병원과 운영협약을 맺도록 하는 조건 역시 유지된다.
의사결정기구에는 한 명 이상의 외국 면허소지 의사 또는 치과의사만 포함하면 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국내의 진료 및 병원 운영수준이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개설시 애로사항으로 지적돼 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 무늬까지 국내 영리병원 된 꼴
현재 경제자유구역 8곳 중 인천 송도지구에 외국 의료기관 부지 약 2만평 정도가 조성돼 있지만 아직 들어온 외국병원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 내 경제자유구역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외국의료법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병원이 들어올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신현영 의협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외국인 의사 비율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는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활성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결국 국내 영리병원의 우회적 허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개원가의 시각 역시 비슷하다. 이상호 인천지부 회장은 “최소한의 규정인 외국인 면허 10% 비율을 폐기한 것은 말만 외국영리병원이지 실상은 국내 영리병원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자칫 제주도에 설립을 타진하다 뒤늦게 사업 주체 기업의 부실과 비리가 밝혀져 인가가 무산된 ‘싼얼병원 촌극’을 되풀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준 제주지부 공보이사는 “이미 싼얼병원을 겪은 제주로서는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복지부의 방침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