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경영’ 이해하기(HBR2014.9데이비드 마이클 (David Michael),
토머스 하우트 (Thomas Hout)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중국과 오랜 진통끝에 FTA가 체결됐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만나는 원장님들이 부쩍 중국이야기를 많이 화두에 올리신다. 중국의료관광객이 많은 돈을 쓰고 간다. 중국에 가서 진료하면 어떨까 등등.
이런 요즘 중국식 경영을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지난호에 이어 중국식경영이야기를 회를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s)의 현지화 :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 경제 개발 단계에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아직 구매 경험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 자본이 부족한 기업,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현지만의 독특한 사업 관습과 전통들이 존재함을 뜻한다. 품질은 현지 요구에 따라 맞춰진다. 건설회사들은 최단기에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비교적 빨리 굳고 강추위에도 쓸 수 있는 시멘트를 구입하는데 기꺼이 웃돈을 지불하는 반면, 30~50년 이상 지탱할 수 있는 내구성 강한 시멘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한 유통 체인 브랜드는 매장을 꾸밀 때 내구성 있는 기자재를 사지 않는다. 6개월마다 상점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현지화란 고객과 협력사에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시장에 진출할 것인가를 고민해 최우선으로 해야 할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다.
차별화된 지역전략 : 장비의 내구성보다는 자금 부담 완화를 원하는 지역 대여업체 요구에 맞는 판매 방식을 도입하였다(싼이). 중국 최고의 건설장비 회사로 자리매김한 싼이(Sany)는 현지 고객과 지방 정부에 대한 접근 방법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싼이의 가장 큰 제품 라인은 레미콘과 굴삭기다. 선진국에선 수십 년간 이 제품을 사용할 건설업체들이 주 고객이 되는 반면, 중국에서는 일단 지역마다 존재하는 장비 대여업체가 구입한 후 건설 프로젝트 단위로 현지 건설업체에 빌려준다. 이런 대여업체들은 규모는 작지만 각각 건설업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제품의 성패는 기계의 내구성보다는 대여업체의 선호도에 달려 있다. 이 업체들은 자사의 자본 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조사에 파이낸싱(제품 담보 대출)도 요구한다.
저가의 건설 중장비를 만드는 싼이는 소단위 지역까지 파고드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또 계약금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 않고 대여업체들에 제품을 판매하며 최고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회사는 인맥이 넓은 매니저들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장소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접근한다. 이는 차별화된 시장 전략이다.
코마츠(Komatsu)와 캐터필러(Caterpillar) 같은 다국적 경쟁기업들은 할부가 필요 없는 대규모 건설회사들에 고급 사양의 기계들을 판매함으로써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반면 싼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놀랄 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고, 이제 시야를 넓혀 독일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 브랜드를 인수하고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신속한 제품 개발과 다양한 신제품 : 중국 기업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만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대규모 생산까지 들어가는 속도는 놀랄 만하다. 중국이 전 세계 실리콘 태양전지 패널 시장을 지배하게 되자 미국과 일본 생산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기술인 박막 태양전지(thin-film solar)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모차와 어린이 카시트 산업에서 중국 시장 선두주자인 굿베이비 인터내셔널 홀딩스(Goodbaby International Holdings)는 분기당 평균 100종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사를 앞서간다. KFC 등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중국인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매년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신제품을 내놓는다.
린 경영 코칭(lean management coaching)과 투자 : 부품 공급업체에 투자하고 경영 코칭을 제공한다. 신상품을 빨리 출시하는 능력은 과거의 유산이다. 메이디, 완샹, 굿베이비 등의 회사가 애초부터 스스로 디자인한 제품을 팔았던 건 아니다. 그들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드는 법을 익혔다. 기존 원료가 너무 비싸거나 구할 수 없을 때 대체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을 변경하고 다른 유형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 설비를 다시 세팅하는 법도 익혔으며, 무엇보다 원가를 지속적으로 절감하는 법도 배웠다. 이런 유연성 덕분에 완샹은 고철로 자전거 부품을 만드는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3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적자에 놓인 미국의 자동차 부품공장을 사들여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완샹의 CEO 루는 자신이 만들어낸 실험적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했으며 장사 수완과 중국의 저비용 생산시설을 잘 활용했다. 완샹은 뛰어난 생산 기술이나 제품 디자인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세 가지 요소에 집중했다.
먼저, 저렴한 부품들을 중국 공장에서 가져오고 미국 현지에서는 고부가가치 가공 및 마무리 공정을 진행했다. 둘째, 자사의 관리하에 있지는 않더라도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투자하고 린 경영 코칭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부품공장의 매니저 및 직원들과 이전 소유주들보다 더 튼튼한 관계를 만들어나갔다.
한국에서는 지역이 좁고 시장이 복잡하지 않아 이런 전략이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듯하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PWC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중소기업 및 의료전문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하였고, 의료비분납프로그램
와이즈플랜(wiseplan) 시스템을 보급하는 ㈜와이즈케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hssong@wisecare.co.kr
(주)와이즈케어 대표이사 송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