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유난하다. 더욱이 치과계는 ‘1인 1개소 규정’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 것을 “입법 로비”라고 호도하며, 검찰의 중복된 압수수색과 잇따른 소환조사 소식을 들으며 비통한 마음이 더해져, 이 겨울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불법 입법로비를 했다는 어버이연합의 고발과 주간조선의 보도,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진 검찰수사는 각본을 맞춘 듯이 진행되었다. 이후 보수 언론에서는 “치협이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운 특정네트워크치과와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이 네트워크치과를 죽이기 위한 방법으로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불법로비를 했다”는 어이없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서울지부가 주관하는 서울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SIDEX)를 통해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지르고 보자’는 식의-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보도로, 세계 8대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SIDEX와 서울지부 나아가 치과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실추된 치과계 이미지에 불이라도 지피듯 최근 ‘청년의사’라는 의과전문지에서는 ‘유디치과만 빼고 다 잡을 수 있는 反유디치과법’이라는 기사에서 의료법 제33조 8항을 ‘反유디치과법’이라고 폄훼했다. 기사에서 브랜드병의원협회의(이하 브랜드협) 안건영 회장은 “대한치과의사협회라는 이익단체의 로비에 의해 법이 만들어졌다. 유디치과를 잡기 위해서였는데 그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였다.
2011년 개정된 1인 1개소 규정은 기존 의료법을 강화한 것으로, 개정 전 의료법에서도 1인1개소 개설과 관련하여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제33조 8항)’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를 2011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로 개정하고, 의료법 4조에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여 그 의미를 강화한 것이다.
‘1인 1개소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은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 74일 만에 국회본회의에 상정되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한 재석의원 161명 중 157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는 당시 의료법 개정이 의료영리화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큰 호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야 합의, 국민 지지로 만들어진 법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기사에 의하면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경영을 해온 원장은 병원 경영을 제일 잘한다”면서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의료인의 직업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하였다. 지난 9일에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약인 5개 단체가 채택한 1인1개소법이 국민건강증진과 불법의료행위 방지를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이라는 성명서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망언이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이 1개의 의료 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게 한 것은, 의료인의 윤리를 지키고, 의료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며, 의료기관의 모든 의무에 대해 전권을 맡기기 위함이다. 이익만을 추구하여 불법적으로 다수의 치과를 개설하다보니 환자유인행위, 과대광고, 위임진료 등 불법 의료행위가 빈번하였다. 명의를 대여하여 치과에 고용된 의사는 지위와 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양산하거나, 환자들과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잦았다.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인이 아닌 자나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경영을 위하여 면허를 대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의료행위를 방지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은 의료인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고 소명이다.
기사에서 도은식 더좋은병원 대표원장은 “병원 운영을 잘할 수 있는 전문경영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튼튼한 네트워크가 있으면 병원을 좋은 방향으로 경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병원 대표원장에서 나온 말이라니 두렵다. 이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에 부대사업을 하는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한한 돈벌이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영리병원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논리와 일치한다.
의료의 행위 주체가 의료인이 아니라 불법 면허대여를 이용한 기업이 될 때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수익을 남겨야 하는 상품”이 되고 만다. ‘의료인 1인 1개 의료기관 개설’ 의료법 조항은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대명제 아래 의료영리화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결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탁 서울지부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