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와 현대의학이 범하는 오류

  • 등록 2015.01.27 11: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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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998번째

바다거북은 바닷가에서 일정간격 떨어진 백사장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아 백사장의 지열로 알을 부화시킨다. 알에서 부화된 아기거북이는 바닷물과 가장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조 시간에 알에서 부화되어 바닷물을 향하여 사력을 다하여 돌진한다. 거북이로써는 일생 가장 빠른 달리기며, 단 한번 밖에 없는 달리기다. 이 순간이 포식자 갈매기들에게는 성찬의 시간이다. 갈매기의 날카로운 먹이 공격을 피해 달리는, 건강하고 우수한 아기거북이만 살아 남고, 대부분인 나머지는 갈매기 밥이 된다. 그리고 일단 바닷물에 들어가면 그곳에서도 자기의 유전인자를 물려줄 어른거북이 될 때까지, 끊임없는 생존경쟁을 하여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바다거북 뿐 아니다. 명태 한 마리가 낳은 80000개의 명태 알이 수정되어 부화되어도 거북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부화 직후 다른 고기의 밥이 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적합한 자만이 생존하는)의 이 자연계에서 거북이나 명태 경우처럼 약한 개체는 성장과정에서 먹이 사슬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강자의 밥이 되어 자신의 유전인자를 후손에 남길 수 없다. 생물의 진화는 이와같이 먹이사슬을 통과한 강자들만의 생존과 번식으로 수억년 간, 대를 거듭하여 선별 유전되어 진화해왔다. 생존경쟁을 통한 적자생존-- 그 것은 죽음과 삶이 갈리는 장애물 경주로, 비록 개체는 희생되지만 우수한 종(種)으로 진화하기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연법칙이다.

Nature誌는 가장 오래되었다는 16만년전(종전기록10만년) 현생인류의 유골 발견을 보도(2003. 6.12)했다. 인류가 탄생한 350만년전부터 현생인간(호모 사피엔스)으로 진화하기 직전까지 우리 인류도 예외 없이 이렇게 진화하여 왔을 것이다. 그런데 현생인간으로 진화되면서 진화의 모습이 달라졌다. 현생인간은 머리가 뛰어난 까닭에 무기나 불을 사용하여 먹이 사슬 꼭대기에서 모든 먹이를 다스렸다. 맹수를 퇴치하는 다양한 방안을 터득하여 죽기 살기로 달릴 필요가 없어진 까닭에, 둔한 인간도 생존이 가능했고, 둔한 유전인자가 16만년을 중복 교차하며 유전되면서 육체적으로는 진화 아닌 퇴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태어나지 1년이 지나야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성장도 다른 동물이 늙어 죽을 만큼 시간이 지나야 겨우 성장이 완료되도록 육체기능은 열등해졌다. 반면 유일한 천적인 인간끼리 싸우기 위한 두뇌싸움,--속이고 이간시키고 이용하는 정치적 두뇌만 기형적으로 진화하였으니 이것은 하느님의 섭리에 반(反)하는 것으로, 창세기의 선악과를 따먹는 범죄, 바로 원죄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는 악함(惡), 곧 원죄를 갖는 인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구약성경 창세기의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따먹고 실낙원(失樂園)하는 장면이다.

이와같은 반섭리(反攝理), 악으로 향하는 인간을 선으로 되돌리시려는 창조주의 의지가 바로 구세사(救世史)이다. 악으로의 진화가 선악과라고 하면, 선으로의 진화는 생명나무다 에덴동산의 한가운데, 선악과나무와 나란히 있는 생명나무.(창세기 2장 9절)- 생명나무는 곧,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오시는 예수님의 십자가 나무다. 그 나무에 열릴 생명나무 열매는 당연히 그곳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살과 피를 의미한다(요한복음 6장 51절). 가톨릭의 성체성사는 바로 선악과 열매 대신 생명나무 열매를 먹는 의식이다. 생명나무의 열매의 기적은 죽음을 불사하신 예수님 사랑, 곧 간교한 머리가 아닌 사랑이 넘치는 마음, 그분의 성심이며 우리의 양심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현대 문명은 선악과에 버금가는 또 하나, 반섭리(反攝理)의 장을 열렸다. 19세기 이래로 인간은 자연에 도천 이라는 말과 함께 자연을 정복했다는 교만을 떨었다. 1986년 우주선 챌린저호가 발사직후 폭발하는 사고로 7명의 우주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 이름 “챌린저”는 “도전자”라는 뜻으로, 감히 하늘에, 자연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7명의 우주인의 안타까운 희생과 유가족의 고통은 교만한 인간의 죄를 대신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예언적 징표가 있었어도 인간들은 자연을 거슬러 어리석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되돌릴 의지도 없이.

논에 농약을 살포하면서 인간은 다수확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병충해 정복으로 “영농의 혁명”이라고 했을 것이다. 농약이 등장하기 전, 논에는 벼멸구 이화명충 등 각종 해충이 있는가하면, 이들을 잡아먹는 개구리 역시 많았다. 개구리는 뱀이 잡아먹고 뱀은 수리가 잡아먹고 논은 하나의 생태계로 논이라는 식량원에서 인간과 수리와 뱀과 개구리 그리고 각종 해충이 한 먹이 사슬을 이루고 식구가 되어 살아왔고, 이러한 공생(共生)의 모습이 바로 “하느님 보시니 참 좋으셨다”(창세기 1장)는 “말씀”이며 섭리였었다. 농약이 등장하면서 먹이 사슬의 중간은 사라지고 해충과 인간만이 다수확의 논을 다투게 되었다. 개구리가 죽어 버린 논에서 천적이 없어지고 농약에 내성 마저 강해진 해충을 제거하기 위하여 농약의 양은 점점 증가하고 인간은 먹이 사슬을 제거한 대신 농약을 해충과 나누어 먹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이러한 교만과 어리석음이 현대 의학에서 더 뿌리가 깊다. 선사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질병과 인간의 생존경쟁은 적자생존의 훌륭한 한판 승부였었다. 1950년대까지 여성들은 자신의 한 몸에서 10명 정도로 아기를 출산했고, 그중 6~7명의 아기가 질병으로 희생되었다. 희생은 잠시지만 강건한 아기를 길러 우수한 후손을 보존하는 것은 인류의 행복이며, 하느님 창조 과정인 진화의 모습이다. 그런데 - 마치 농약이 해충을 날려 버리듯 현대의학은 1950년대까지 있던 10종 법정 전염병 등 질병을 날려 버렸다. 모든 아기들 아무리 허약하게 태어날지라도 모조리 살려놓을 수 있는 현대의학의 덕분으로 이제는 옛날처럼 10명의 아기를 낳아 전염병을 이긴 아기 - 곧 갈매기의 공격을 극복한 뛰어난 소수의 거북과 같은 - 2명의 강건한 아기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약하거나 장애아이거나 2명만 낳고 8명은 낙태나 피임으로 희생시키고 있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선천성 장애자가 많고, 어린이들도 성인병에 시달린다. 1950년대 이래로 인간의 수명의 양은 늘었으나 질은 저하되어간다. - 현생인류라는 종(種)은 병에 저항하는 진화를 멈추고- 퇴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현대의학의 학술적 성취로 병자와 장애자의 수명이 계속연장 된다. 당장에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환자나 그 가족은 너무 힘든 경우가 많다. 생명은 아름답고 찬미 받아야 할 것임에 틀림없지만 1초, 1초 고통스럽거나 욕된 경우로 살아가는 힘든 환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안락사(安樂死)라는 용어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실정법으로 합법이면 양심법으로는 가능하냐 - 거론되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자연상태라면 벌써 하느님 품에 안식할 사람을, 산소탱크에 호스를 연결시켜 살려놓고 갑론을박할 것이 무엇인가. 산소 마스크 제거로 죽을 환자라면 그 환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다는 이 세상은 산소 1에 질소 4의 비율로 섞인 공기를 호흡하는 세상이지 산소 통을 메고 사는 세상은 결코 아니다.

이미 복제된 동물의 조직 연구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연합뉴스(2003. 5.12)에 의하면 인간복제 연구 의사, 미국의 닥터 파노스 자보스(58)는 수주내 인간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할 것이라고 한다. 복제인간이 태어나서 성장과 노화 과정에 변이나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를 안락사 시키자고 할 것인지 - 더구나 태아 발생과정에서 생기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복제인간의 특정 장기를 배양 이식함으로써 복제 원본의 인간은 수명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는데, 자기와 같은 쌍둥이 태아를 만들어 그 장기를 빼 쓰면서 수백년 살려고 한다면 자기를 복제해서 태어난 여러 명을 죽여야 하니, 그런 살인마(殺人魔) 인생으로 살아 있어도 되는 것인지 - 하루를 살아도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김평일/김평일치과의원 원장

김평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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