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등록 2015.02.23 1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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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2004번째

세계 3대 문호에 셰익스피어, 톨스토이와 위고(Victor Hugo)를 꼽는다면 별 이론이 없을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대세로 굳어진 뮤지컬 장르에서는,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등 위고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망명생활 중 60세에 출판한 소설 레미제라블은 두 세대가 넘는 세월에 방대한 철학과 사회비판을 담고 있어,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하여 한참 떠오르는 젊은 예술인들의 리더이던 29세 청년 위고의 노트르담은, 보다 열정적이며 드라마틱하다. 거리에서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아무런 죄도 없이 죽음을 당하고, 성당의 종치기 곱추 콰지모도가 따라 죽는다는 사회 최하층민의 ‘숙명’에 얽힌 비극이다.

그러나 위고의 집필 의도는 당시 파리시민들이 유서 깊은 고딕 건축물들을 마구 훼손하고 현대적인(?) 재건축에 몰두하던 부박(浮薄)한 풍조에 경종을 울려,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데 있었다고 한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이지만, 15세기 “대성당의 시대”와 “지리학적 발견” 같은 인류문화의 대 변혁기에 대한 통찰 등, 박식한 전인(全人)적 천재가 시민을 가르친다는 계몽적인 자세가 엿보이고, 이는 훗날 레미제라블에서 절정을 이룬다.

지난 1월 세 번째 본 뮤지컬 ‘노트르담‘은(대전예술의 전당), 오리지널 드림팀이 출연한 원어(佛語) 공연이었다. 먼저 원어의 의미를 보자. 문학작품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시(詩: 노랫말) 번역이다. 뮤지컬 맘마미아 제작자 한진섭 감독은 “Mamma Mia!”의 번역어를 찾다가 몇 달 만에 “어쩜 좋아!”가 떠올라 뛸 듯이 좋았다고 한다. 뜻만 아니라 음절수와 가락과(rhythm) 끝말(韻: rhyme)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불어 특유의 낭낭한 비(鼻)음이 없으면, 작곡·작사가가 의도한 감칠맛을 잃는다. 자막기를 쓰더라도 원어가 좋은 이유다.


둘째,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월드투어로서, 한국에서 시작하여 2016년 파리에서 끝난다. 그렇게 공들인 작품이 경주, 대구를 거쳐 대전에서 첫 흑자를 기록했다니 다행이다. 달인의 경지에 이른 가수들의 개성이 뚜렷한 창법도 매력이다. 콰지모도의 델 베키오와 뒷골목 두목 클로팽은 라커요, 베아르의 에스메랄다와 페노의 페부스는 뮤지컬과 샹송이 반반 섞였으며, 음유시인 그랭구아르와 페부스의 약혼녀 플뢰르는 전형적인 뮤지컬 발성이다. 사제 프롤로의 마리엥은 카리스마 있는 클래시컬 바리톤으로 단연 돋보였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긴 하지만, 이렇게 출연진들을 분석해보는 것도 뮤지컬 감상의 한 포인트다.

넷째, 왜 노트르담인가? 제작자 플라몽동은 6백 쪽의 소설을 몇 번씩 읽어 3백곡의 노랫말을 만든 뒤, 작곡자 코치안테와 함께 54곡을 추려냈다. 보통 20~30 곡으로 만드는 Juke Box 뮤지컬과는 달리,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바그너 오페라처럼(Grand Opera), 한층 업그레이드 된 Grand Musical을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프랑스는, 민족 고유의 문화적 감성과 개성이 뚜렷한 작품으로, 미국·영국에 밀리지 않는 뮤지컬 문화 강국임을 자랑한다.

오리발의 달인 일본의 아베총리는 침략·학살·수탈·위안부 등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모르쇠’로 일관한다. 제 자식들에게 “우리가 과거 주변국가에 인면수심의 악행을 저질렀다”고 가르치기 싫다는데, 이걸 때려서 가르칠 수도 없으니, 우리도 우회적으로 접근하자. 조선 왕비를 시해한 만행 ‘명성황후’나 이등박문을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영웅’을 다듬고 키우자. 뉴욕에서 김현준씨가 만드는‘위안부(Comfort Women)’도 적극 후원하자. 이런 문화상품이 대박을 쳐 성황리에 월드투어를 하면, 국격(國格)의 선양은 물론 과거사 전쟁도 ‘게임 종료’ 아닌가?

 임철중 임철중치과의원 원장


임철중 임철중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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