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안에 내용물이 무엇이 들었는지 열어봐야 알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항아리를 열어본다.
첫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치과위생사가 됐다. ‘지역사회의 구강건강을 증진 시키자’라는 일념으로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사람들은 치과위생사를 모른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치과간호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느껴버린 정체성 그냥 간호과 갔어야 했나…할 때 환자분이 스케일링 받고 너무 잘 한다고 칭찬해줄 때, 헤벌쭉 웃는다. 그랬더니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고 바로 말을 바꾼다. 환자분들 때문에 울고 웃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두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초등학교 때 꿈이 선생님이었다. 잠시 잃어버렸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덴탈위키”라는 곳에서 강사과정을 수료 후 치과강사 길에 입문했다. 처음 의뢰 들어온 1시간 강의가 생각난다. 그 설렘, 떨림, 하지만 정작 강의는 달달달 떨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정신이 아찔했던 강의였다. 기차 타고 내려오는데 소개해주신 선생님께 죄송하고, 수강생에게 이렇게 밖에 강의 못했던 자신이 실망스러워 눈물을 겨우 참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 강의 잘했어? 엄마는 딸이 자랑스러워” 그때 가슴이 벅차올라 포기 하지 말자! 라고 외치며 다시 파이팅!!!
세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개인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때 마침 마케팅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신기하고 재미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환자가 유입되다니, 병원 블로그를 만들기로 결심! 1명이라도 온다면 성공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꾸준하게 할 것을 다짐하고 시작했다. 치과이야기, 환자들 선물 이야기를 위주로 작성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해. 때 마침 직장인들 점심메뉴 고민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앗! 점심메뉴” 서래마을 직장인들 타깃으로 잘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서래마을치과 검색하면 나무치과가 처음으로 검색된다. 하지만 내용이 점심메뉴가 뜨는 것이 문제다. 울고 싶었다. 치과이야기도 썼는데 왜 점심메뉴 내용이 뜨는지 그래도 첫술에 배부를까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환자와 소통의 매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네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20대 마지막에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 한번 해보자!”라 생각하며, 나무치과를 떠났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적었다. 일을 그만두고 하나씩 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중간쯤 왔을 때 문득, 일하고 있을 때 보다 바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쉬는데 쉬는 것 같지 않고 가만히 포스트잇에 적은 내용을 본다. 토익 700점, 일주일에 책 1권, 기타배우기, 대학원접수, 동영상편집배우기, 어학연수, 크로아티아, 프라하, 런던, 제주도 여행, 운전여행가기, 자전거여행가기 등 솔직히 몇 개 빼고는 일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일을 관두면서까지 이게 하고 싶은 일이 됐지?” 그날로 다 떼었다. 나의 목표를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무엇을 했을 때 즐겁지?” 딱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조금 슬픈 현실이다. 목적 없이 살아온 삶의 시간이 아까웠다. 더 깊이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 “사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치과 일을 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나무치과에서 6년 반 동안 함께 일 하면서 믿어주고 지켜봐 주신 최승민 원장님과 김성은 실장님, 그리고 함께 공부하고 응원해주는 덴탈위키 강사님들이 있었기에 포기 없이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치과일은 생각하기 따라 다양하기도 하고 한정되기도 한다. 그 틀을 정하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못 할거야’ ‘아무도 하지 안는데’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함께 있다면 항아리 열어보는데 힘이 될 꺼라 생각한다.
김경희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