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인가?” 본인은 며칠 전에 군의관 신분으로 전역을 하였다. 치과대학 6년, 전공의 과정 4년, 군의관 3년 후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물론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지는 7년이 되었으므로, 병아리 치과의사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정해진 커리큘럼에서 정해진 환자만 보았고, 정글이라고 불리는 사회에서의 치과의사의 생활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불안하고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비단 나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시기가, 치과대학을 졸업한 분들과, 공보의 또는 군의관을 마친 치과의사들이 막 사회에 적응을 하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회 초년생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또한 주변의 지인도 같은 생각을 한다.
그 동안은 정해진 과정에서만 충실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다양한 살길을 찾아가야 하고, 중요한 건 거기에 책임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혼란을 겪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우리는 그 동안 제대로 된, 중요한 나만의 결정을 내린 적이 없으니까, 더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살길에 대해 조금이나마 같이 고민해보고 서로 격려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주제 대해 나 나름대로 솔직하게 글을 쓰려 한다. 돌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니 가볍게 들어주시기 바란다.
우리 초년 치과의사들의 길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할 수 있다. 첫째는 “ 요즘 경기도 안 좋다는데, 펠로우를 하며 교수자리를 노려봐야 하나? 아님 개업을 하더라도 경력란에 한 줄 더 쓸 수 있으니 일단 나의 개업은 1~2년 유보를 해야 하나?”, 둘째는 “난 진료 및 경영에 대해 잘 모르니, 페이를 구하고 틈틈이 개업을 준비하며 좋은 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셋째 “개업한 선배들이 그러던데, 빨리 빨리 자리잡는 게 중요하다 했으니 불안하지만 어서어서 개업을 해야 겠다”라며 자리를 알아보는 용감(?)하신 분들로 크게 나누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도, 확신이 들어서 하는 결정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요즘같이 불경기에 치과의원의 과포화가 되기 전에 개원해서 자리 잡으신 원장님들도 같은 고민을 하셨겠지만, 우리 만큼은 아니었을 거라 조심스레 생각이 든다. 다들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나만의 계획과 컨셉에 대해 확신있게 시작을 하는 걸까?
일단 시작하고 그 다음에 상황에 맞게 하자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첫발을 내딛는 것이 맞을까?
그만큼 우리들은 치과의사 호황기를 지난, 조금은 아쉬운 시대에 첫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우리 치과의사 뿐 아니라 의사, 한의사, 약사, 변호사 및 다른 전문직들도 지금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금은 위로해 주지만, 참 안타까운 마음은 지울 길이 없다.
물론 각자 열심히 진료하고 주변 치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으면 된다라는 위로를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제의 성장동력이 점점 줄어들고, 점차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주변국에 치여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에, 전문직 중 특히 힘없고 나름 똑똑하다 생각하지만 순진한 의료 전문직들이 세금 폭탄의 빨대이자 샌드백이 되고, 환자들은 점점 더 똑똑하지 못해 영악해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사무장병원을 비롯해 불법 네트워크 치과가 판을 쳐서 수가는 점점 내려가고, 아직 시행은 안됐지만 결국엔 영리법인이 추진되어 일반 동네치과의 설 자리는 줄어 들 거라는 씁쓸한 상황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면 미래의 장미빛은 못보고 잿빛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겠지만, 좋게 좋게 생각하고 싶지만 이렇게밖에 생각을 못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참 답답할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 치과계 선배인 동시에 인생의 선배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현실에 맞게 거기서 삶의 낙을 찾고 “인생 뭐 없어”라는 위로 아닌 위로로 결론이 난다면 슬플 것 같다.
사회에 첫발은 내딛는 초년병의 걱정인지, 치과의 골든 에이지를 지난 후발 치과의사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 추구하는 삶은 방향과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 치과의사이기에,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을 해봐야 하고, 이미 많은 경험이 있으신 선배님들의 좋은 가치관과 조언이 사회 초년병에게는 간접경험으로 큰 힘이 될 것이고 ‘치과의사로서의 삶과 미래’라는 주제로 터 놓고 이야기하며 솔직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오늘의 외롭고 괴로운 현실속에서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윤준용 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