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2시간의 비행 끝에 설레는 마음으로 유로페리오(Europerio)학회가 열리는 런던에 도착하였다. 이 학술대회는 유럽치주과학회(EFP)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치주학분야의 학술대회로, 1994년 이래 매 3년마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순환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과거 대영제국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개최되었다. 약 8000여 명의 등록인원과 함께 치주 및 임플란트를 망라하는 다양한 주제의 구연 발표, 포스터 전시 및 기자재 전시회가 마련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남대 정현주 교수님, 서울대 구 영 교수님, 연세대 최성호 교수님을 비롯해 50여명의 치과의사와 임플란트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치과기자재 회사들이 참가하였다.
이번 유로페리오 8은 런던 외곽의 ExCel 센터에서 개최되었는데, 첫째 날은 등록과 함께 개회식 및 환영 리셉션이 있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강의가 7개 홀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치은점막수술, 치과임플란트에서 고려해야할 주요 요소, 최신 임상치주분야 등으로 나누어진 주제 하에 진행되는 강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고민은 이제 치주학을 한참 배우고 있는 2년차 전공의에게는 막막하면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전에는 임플란트 식립 시기와 관련한 Hanmmerle, Cosyn 및 Chen 교수의 강의가 인상 적이었는데 식립 시기별 적응증을 구분할 수 있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후원사들이 제공한 강의가 있었는데,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하며 시간을 아껴 임상적 정보를 공유하고 최신 지견을 습득하는 모습을 보며 세계 어디를 가든 치과의사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갖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날은 학회 전 가장 기대했던 강의들을 접할 수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는 치주조직의 재생에 관한 강의가 오디토리움에서 있었다. Cortellini가 제시한 변형최소침습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최근 임상의 흐름을 접할 수 있었으며, 환자 진료시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임플란트 수술과 관련하여 심미적인 측면을 다루는 강의가 인상적이었는데, 평소 논문에서만 보던 Zucchelli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임플란트 나사의 노출에 대한 치료 과정에서 결합조직이식 후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서 조직의 미세이동(creeping)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학회 마지막날 토요일, 이번 학회의 백미인 키노트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날이다. 스웨덴의 Lindhe와 스위스의 Lang 두 분의 석학이 각각 다른 강의실에서 수 십년 연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분들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어진 마지막 세션에서는 바로 이 두 석학을 초청한 대담 코너가 진행되었는데, 이번 대회의 학술위원장을 맡은 Sanz 교수와 Tonetii가 진행하였다. Sanz는 자연치를 살릴 것 인지 임플란트로 편하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두 학자에게 던졌다. 치주학의 두 거두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서 당연히 자연치를 살리겠다고 대답하자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 천 명의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치주학을 공부하고 있는 2년차 전공의로서, 그 자리에서 함께 큰 박수를 보내었던 그 순간은 참으로 감격스러웠고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번 유로페리오 8을 통해 연자들 스스로의 논문에 기반한 강의를 듣고, 연구와 임상에 관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여 학술지에 게재하고,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학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학회의 또 다른 묘미는 매일의 학회 일정 종료 후 나를 부르던 런던의 문화 유적과 미술관이었다. 런던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트라팔가 광장과 무료로 시민에게 개방되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내셔널 갤러리의 명작들은 참관기를 쓰는 지금도 마음은 런던에 두고 온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비록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국의 치주과 교수님들과 전공의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치주과의사로서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중혁 전남대 치과병원 치주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