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중학교의 자율학기제

  • 등록 2015.08.28 10: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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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소위 보수라고 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킨 우리 나라다. 이에 반해 전국에 진보적 성향을 가진 13인의 교육감이 잇따라 당선된 것을 보면 교육제도의 혁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요구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겠으나 선거의 결과는 교육 변화를 요구하는 천심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대통령 담화에서도 자율학기제 확대 의지를 밝히는 것을 보았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학기 자율학기제가 개학 직후 시행되고 있다. 성남 시에서는 올해 자율학기제 시범 사업에서 이우 중학교를 제외한 54개 중학교가 신청을 하여 시범년도부터 벌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은 갈갈이 찢기고 준비기간은 고작 한 학기.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원하는 학부모들은 자율학기제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이다.

자율학기제는 아일랜드와 북유럽의 교육 모델을 우리의 교육현장에 적용한 것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고등 교육에서 한 학기만이라도 탈피하여 구체적인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주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부터는 특목고, 자사고, 예고 등을 포함한 전기학교에 내신 등급이 반영되는 한국의 특수상황 때문에 당분간은 중학교 1학년의 실시가 불가피하다.

이 기간에는 구체적인 성적 산출이 없으며 이에 따른 등수의 산출도 없다. S 중학교는 일주일에 3회 오후에 해당 교과목의 136시간을 추려 수업 일수를 맞추고 일회는 교과 선생님 주도의 심화학습, 1회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할당하였으며 1회는 학부모에게 일임하는 학부모 수업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학부모 수업은 학교,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여 자율학기제의 의의에 부합하는 마을교육 공동체를 이룬다.

이를 위하여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자원자들이 모여 1학기 초에 학부모로 구성된 자율학기제 학부모 지원단을 구성하였다. 총 11개 반, 16회 수업으로 짜여져 있는 화요일 오후 시간에 인문반, 법학 엔터테인먼트반, 의료탐색반, 바리스타와 공정무역반 등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반이 개설 되어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한다. 학부모반이 개설되지 못한 시간은 담당 교사의 지도아래 입체 프린터 등 미래적인 산업에 접근할 수 있는 반들을 개설하였다.

이 기간 동안에 아이들만 성적산출의 기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생님들께 진도 달성으로 성적을 산출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주입식 교육보다는 체험위주의 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 등을 역사시간에 배울 때 지역사회의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을 방문하여 실지로 느끼고 배운다면, 더 효율적이고 의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중·고등학교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전국 1~2%의 실력을 가지고 치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어도 예전처럼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하면 나만의 주장일까? 평균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장년 실업률의 3배에 달하고 세대간의 일자리 다툼이 심한 요즈음, 처음 사회에 발 딛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고뇌가 큰 것으로 안다. 1년차 페이닥터의 채용광고를 내면 하룻밤에도 25개에서 50개의 이력서가 이메일로 도착하는 시대라서 서류부터 검토한 후 몇 명만 추려서 채용면접을 봐야 하는 안타까운 시대이다. 그러나 치과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치과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치과 방사선사까지 넓은 직종이 존재하며 꼭 반에서 1등하지 않아도 안정된 전문기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중학생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내 아이는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의료탐색반에 자원하여 지난주 화요일 날 치과강의를 하고 왔다.

오늘도 우리 동네에는 주중에는 2~3회씩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국어, 논술, 과학 등 보습학원을 다니며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점수에 연연하며 사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에서 좋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도 학원 시간 때문에 참여가 어렵다. 자율학기제가 뭔지 몰라서 이 기간 동안에 선행을 쭉 당겨야겠다는 학부모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공통된 정서는 불안감이다. 과연 이렇게 공부하면 빛나는 미래는 나에게 오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 그 불안감은 요즈음 같은 청년실업자 대량생산의 시기에 우리아이만은 실업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자라나 아이들은 오늘도 수업시간에는 자고 방과 후에는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시키기로 유명한 옆 동네 학교에서는 ‘어느 중학생이 연거푸 자살 했다더라’라는 괴담이 공공연한 비밀로 떠도는 것이다.

교육 앞에 참 자가 붙는다는 것은 참되지 않은 교육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참교육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교육이 교육답게 100년 대계를 이어가기 위해 비록 힘겨운 출발이기는 하나 모든 교육 당사자들이 힘을 합쳐 자율학기제의 의의를 살리고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안나 서울 로고스치과의원 원장

이안나 서울 로고스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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