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생텍쥐페리는 그의 저서,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의 입을 빌어 어린 왕자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치과에서도 고객의, 직원의, 원장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좋은 답을 우리 선조들은 알고 있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즉,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지혜를 후대에 남겼다. 들음은 단순한 청(聽)이 아니라 경청(傾聽)을 뜻한다.
이것은 결국 경청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마음을 얻는 일도 어렵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청을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경청의 참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청을 잘 하거나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수많은 대화 가운데 몇 번이나 경청하고 있을까? 필자가 상담실이나 데스크 모니터링을 해보면 열에 한번도 경청이 안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더 심각한 것은 본인이 경청이 안 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례의 직원 역시 녹취물을 스스로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본인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고 하였다. 자기 인식이 되어야만 개선의 첫발을 뗄 수 있다. 다음은 최근에 필자가 모니터링한 예약문의 전화응대 사례이다. (지명과 병원명은 실제와 다르다.)
직원 : “네, 행복을 드리는 OO치과 OOO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 : “네, 사랑니 발치 하려고요. 사진 찍은 것은 가지고 있어요. 순천에 열정 치과에서 왼쪽 위에 것 먼저 빼라고 해서(1)”
직원 : “정열(2) 치과에서요?”
고객 : “아뇨. 열정 치과요.”
직원 : “열정 치과가 춘천에(3) 있는 거에요?”
고객 : “아뇨. 순천에 있어요.”
위 통화 내용에서 언어적인 면을 살펴 보면 (2)와 (3) 부분에서 경청에 실패 했음 -고객의 언어 전달력에는 문제가 없었다-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비언어적인 면을 분석해 본 결과, 직원의 목소리 속도가 빨라서 고객의 음성과 충돌이 일어나는 일이 잦았고, 특히, (1)부분에서는 고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직원이 질문으로 고객의 말을 잘라버렸다. 그런데 마치 흔한 일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청 보다 정보 파악, 기록과 같은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기록하는 일보다 고객을 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진료실에서도 그렇다. 문진할 때 의사의 시선이 모니터나 차트를 향해 있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상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의 상담자가 상담 시간 내내 볼펜을 손에 쥔 채로 상담을 진행한다. 무심코 딱딱거리는 볼펜 소리를 내거나 볼펜을 돌리기도 한다. 환자와 말을 주고 받을 때에도 동시에 차트 기록을 하거나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경청의 자세가 아니다. 그럼 진정한 “경청”이란 무엇일까? 경청은 기울 경(傾)에 들을 청(聽)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기울임과 들음의 뜻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먼저, 기울 경을 자세히 보면 사람 인(人)과 잔 기울일 경(頃)으로 되어 있다. 차가 든 잔을 기울이면 어떻게 되는가? 차가 쏟아진다. 그리고 잔은 빈다. 그래서 경(傾)은 “사람이 스스로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숙이고 기울여서 마음을 다 쏟아내고 비운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들을 청을 살펴 보면 임금(王)의 귀(耳), 열(十)개의 눈(目), 하나(一)의 마음(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열개의 눈은 무슨 뜻일까? 당신은 눈이 몇 개인가? 두개인가? 그렇다. 그것을 육체의 눈, 육안(肉眼)이라고 한다. 머리(Brain)의 눈을 뇌안(腦眼), 마음의 눈을 심안(心眼), 지혜의 눈을 혜안(慧眼), 영혼의 눈을 영안(靈眼)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다섯개의 눈이 있다. 그럼 나머지 다섯은 어디 있을까? 바로 상대방에게 있다. 대화는 둘이서 하는 것이니까. 자신의 마음은 비우고, 두사람이 열개의 눈을 다 뜨고 같은 것을 바라보며 한마음을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들음의 최고 경지, 경청(傾聽)이다.
당신은 들을 때 몇 개의 눈을 쓰고 있는가? 육안만이라도 사람을 향해 있는가? 어쩌면 지금 당신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경청을 잘 하는데 어째서 우리 직원들은 잘 못할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고객의 말에 경청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다음 주에는 직원들이 환자를 잘 대하게끔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를 이야기하겠다.
문득, 필자의 코칭을 받은 수원 D치과의 L상담실장의 사례가 떠오른다. 임플란트 상담 직후에 L실장이 환자에게 “믿고 결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상담 어떠셨어요?”라고 질문하자 그 때 환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른 병원은 본인 얘기만 많이 하는데, 실장님은 말 많이 하지 않고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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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CEM Specialist
칼럼니스트, 코치
문의 : rex111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