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가씨가 달라졌어요!

  • 등록 2016.02.23 10: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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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2100번째

4년 전 6살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치과 오기를 무서워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오돌오돌 떨며 울던 꼬마 아가씨.

진료실에 들어오기 싫어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흔드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지영아! 치료 받아야지”라고 타일렀다. 바로 그때 한참을 울던 아이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획 돌리며 엄마에게 소리쳤다.

“지영이라 부르지마! 강아지라고 불러!”

살짝 미운 6살 꼬마 아가씨의 말에 아이를 쳐다보고 있던 나를 비롯한 치과 직원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4년이 지난 며칠 전 그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다시 방문했다. ‘강아지’라 불러달라며 울고 있던 아이의 얼굴은 그 때 그 얼굴 그대로였지만 키는 한 뼘 반 이상은 큰 것 같았다.

얌전하고 수줍은 미소로 치과로 들어서던 꼬마 아가씨 ‘지영이.’

지영이와 눈을 맞춘 나는 “지영아, 선생님 기억해? 그때 우리 지영이 치료 잘 받아서 토끼 인형 만들어줬는데~ 기억해?”라고 물었다.

지영이는 누가 토끼인형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토끼인형을 준 것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4년 전 치료를 안 받겠다고 울고 떼를 쓰고, 화를 내던 그 때의 지영이는 어디가고, 밝게 웃으며 스스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세상에! 내가 알던 지영이가 맞단 말인가.’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내 가슴 한 편이 뭉클해졌다.   
  

안타깝게도 지영이는 치아가 좋지 않아 이후에도 치과를 몇 번 더 내원해야 했다.

며칠 후 치과를 다시 방문한 지영이는 치과 세면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

“지영아 안녕~”
 내가 거울을 통해 지영이에게 인사를 건네자 지영이는 양치질을 하다 말고 나를 돌아보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고 답했다.    
  

‘세상에! 내가 알던 지영이가 맞단 말인가’ 난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언제부터 인가 반항하는 아이를 가리켜 ‘미운 일곱 살’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좋게 타일러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야 하는 말을 듣는 아이도 있다.   

이런 모습도 지나가는 일인지, 살짝 미운 꼬마아가씨였던 지영이는 이제는 어떤 아이보다 얌전하고 예의바른 착한 아이가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났다.
한 치과에서 오래 근무를 하다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을 오랜 기간 동안 보는 일이 많아졌다. 

교정을 진행하던 중학생에게 대학입학선물을 사주는 일도 생기고, 서로를 모르고, 치과를 방문하던 남자, 여자 대학생이 이제는 커플이 돼 둘이 미소를 지으며 치과를 내원하는 모습도 본다.

그리고 치과를 오기만 해도 건물이 떠나갈 정도로 울며 떼를 쓰던 뾰족뾰족 6살 꼬마 아가씨는  이제 스스로 진료실을 걸어가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한 뼘 반 정도 키가 자란 예쁜 아가씨로 돌아왔다. 그들을 보는 나의 마음도 한 뼘 반 더 커졌으며, 오늘도 점점 자라고 있다. 

권혜리 약수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

권혜리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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