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부족과 고객 경험

  • 등록 2016.04.08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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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힐리스닝 <11>

얼마 전에 필자가 경험한 일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김밥을 주문하였는데 한국형 패스트푸드답게 신속하게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서빙하는 직원이 바빴는지 평소와 달리 단무지 반찬도, 국도 없이 김밥 접시만 덩그러니 테이블로 가져다 주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필자는 일단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도 반찬과 국을 주지 않길래 “단무지 주세요”라고 직원에게 부탁을 하였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고 말한 직원이 그 다음에 한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홀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모든 손님들의 주문을 일일이 다시 확인하였다. 그 다음에는 모든 테이블에 국을 제공하였고, 그 후 마지막으로 모든 테이블에 단무지를 제공하였다. 그 직원은 무척 효율적으로 일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그 사이 김밥을 다 먹을 동안 단무지를 먹지 못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김밥만 맛있으면 그만이지 단무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이 상황을 치과에 적용하면 어떨까? 임플란트 고객은 수술만 잘 되면 만족할까? 고객 경험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폴 슈피겔만과 브릿 베렛의 공저, ‘환자는 두번째다’에서 소개된 사례를 한가지 들어보겠다.

“환자의 가장 큰 불만이 오랜 대기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제 해결을 위해…의사를 몇 명 더 고용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만족감이 오히려 떨어졌다…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고위층이 아니라 직원들이었다. 게다가…돈 한푼 들지 않았다…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직원이 환자에게 예상 대기시간을 말해 주고 예정보다 늦어질 경우 사과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마침내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사가 무엇보다 먼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환자가 진료를 마치고 나가면 접수원이 다시 한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다음 약속 일정을 권하면서 내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을 전한다. 결과는 엄청났다. 환자의 만족 점수가 치솟았다. 알고 보니…환자들을 화나게 한 건 주위의 관심 부족, 자신이 아무도 아닌 존재로 여겨지는 느낌이었다.”

병원 대기실에서 경험하게 되는 관심 부족과 필자가 식당에서 경험한 관심 부족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무지를 늦게 가져다 주는 것보다 관심 부족이 필자를 화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 프랜차이즈 식당은 단무지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곳이다. 게다가 필자는 그 단무지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김밥을 다 먹은 후에 뒤늦게 가져다 준 단무지를 따로 다 먹고 일어섰다. 만약, 계산대 앞으로 갈 때까지 단무지를 서비스 받지 못했다면 화가 치밀어서 이렇게 말했을 지도 모른다. “차별화되었다고 말하는 당신들의 단무지가 메뉴 가격에서 얼마를 차지 하나요? 그 가격만큼 빼고 계산해 주세요.” 그 식당은 단무지의 차별화보다 서비스의 차별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서비스의 차별화는 식당보다 치과에서 더 중요하다. 고객이 평균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더 그러하다. 많은 상담자들이 접하는 고객의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비싸요?” 그 때 뭐라고 답하고 있는가? 의사의 실력 차이, 재료의 차이 등을 주로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답변을 고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까? 고객은 그 차이를 잘 모른다. 만약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라면 비용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 값이 비싸다고 실랑이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커피 맛이 너무 좋아서일까? 서비스의 차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지방 강의가 잦은 필자는 낯선 식당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최근에 처음 간 식당에서 겪은 일이다. 점심 시간이라 무척 바빠 보였다. 손님이 왔다 간 테이블 몇몇은 빈 접시가 채 치워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마침 깨끗한 테이블이 식당 출입문 가까이에 한자리 남아 있었다. 그 테이블은 2인용 테이블이었지만 어차피 필자 혼자 먹으러 갔기에 좁은 것에 개의치 않고 앉았다. 그 때 직원이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더 넓은 테이블 치워드릴 테니까 불편하시면 그리로 앉으실래요?” “아, 괜찮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필자는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음식 맛도 좋았다. 만약 사례를 든 두 식당이 당신 가까이에 있고, 맛의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면 당신은 어느 식당의 단골이 되고 싶은가?

음식의 맛은 누구나 비교할 수 있지만 치과의 본질적 차이는 고객이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치과에서 자신을 대하는 사람의 차이는 확실히 비교할 수 있다. 전화 통화에서, 데스크에서, 대기실에서, 진료실에서, 상담실에서 당신의 고객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객을 관찰해보라. 관심 받은 고객은 표정이 달라진다. 눈빛이 달라진다. 목소리가 달라진다. 임상의 효과도 달라진다. 관심(關心)은 관계를 맺으려는 마음이다. 관심을 뜻하는 영어, Interest의 어원을 살펴보면 Inter는 Between (사이)을 뜻한다. 인간에게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인간(人間)이란 말 속에 관계, 사이를 뜻하는 간(間)이 포함되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객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지극히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심(關心)은 관심(觀心)에서 출발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고객을 보라. 모니터 보다, 차트 보다, 노트 보다 고객을 더 바라보라. 고객의 사랑을 받기 원하는가? 그럼 먼저 고객을, 고객의 마음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받습니다. 원장, 직원, 환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나 상담, 고객경험관리, 병원 경영 등에 있어서 고민이나 고충을 보내주시면 함께 길을 찾는 칼럼을 쓰겠습니다”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CEM Specialist
칼럼니스트, 코치

문의 : rex1118@nate.com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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