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엠파티쿠스

  • 등록 2016.04.21 1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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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힐리스닝(12)

올해 1월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었던 제46회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 혁명”이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계, 물리적 영역, 생물학적 영역 간에 경계가 사라지는 기술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주역인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과 함께 변화의 쓰나미가 밀려 오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2015년 7월 ‘AI 덴트(Al Dente)’ 로봇이 55세 환자의 사랑니를 뽑으면서 세계 최초의 발치 로봇으로 등장한 가운데, 2030년에는 이 로봇이 일본 치과의사의 30%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읽은 신문 기사 내용이다. 외과 수술용 로봇 ‘다빈치’가 전세계 병원에 도입된 지도 17년이 되었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의료계의 ‘알파고’라 불리는 IBM사의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 ‘왓슨’은 현재 암치료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의사를 돕고 있다.

올 2월에 본지 기사에 소개된 바 있는 의료용 로봇 ‘메디(MEDi)’는 현재 미국 치과에서 환자 공포감 해결사로 활약 중이다. 또한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로 인공지능(A.I.) 쇼크를 가져온 구글은 다빈치의 1/5 크기에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여러 전문직이 사라질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치과 전문직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을 극대화해야만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공감 능력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이유를 공감으로 보고 이러한 인간을 ‘호모 엠파티쿠스’라고 명명하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저물고 호모 엠파티쿠스의 시대가 밝았다.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 등에 대하여 똑같이 느낌’이다. 당신은 환자에게 설명을 잘 하는가? 그것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수술을 잘 하는가? 그것은 앞으로 로봇이 더 잘 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로봇이 아닌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첫째,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 공감이다. 둘째, 자신의 감정과 맞춰주는 것, 동조이다. 셋째, 자신의 감정과 연결되는 것, 교감이다. 감정의 치유가 치아의 치료와 병행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감정의 치유력은 인간만의 강점일까?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진심으로 웃고 계신 건가요? 눈은 웃고 있지 않은데요.” 이것은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에서 개발, 판매 중인 가정용 로봇, 페퍼(PEPPER)가 인간의 감정을 읽고 건넨 말이다. 페퍼는 감정인식 알고리즘을 사용해 인간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 음성, 몸짓을 보고 감정을 파악해서 대화한다. 감정을 읽는 것은 공감의 첫단추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을 겨루었듯이 인간이 로봇과 공감 능력을 겨루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용불용설은 신체 기관에만 해당되는 이론일까? 당신이 공감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의 공감 능력은 퇴화 중일지도 모른다.

혹시 감정을 읽는 것이 어려운가? 걱정하지 마라. 고객에게 질문하면 된다. “오늘 (진료나 상담이) 어떠셨나요?” 그런데 대부분 치과에서 “괜찮으셨어요?”라고 형식적으로 질문한다. 고객도 당신의 감정을 읽을 줄 안다. 진심으로 질문해야 진심을 말해 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치과 환자의 감정을 읽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읽지 않는 것에 있다. 치과 환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까? “두려움”이다. “이를 빼야만 하나요?”라는 환자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 만약에 A치과에서는 “네, 너무 썩어서 빼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B치과에서는 “아…걱정 되시죠? 안타깝지만 살릴 수 있는 시기를 놓치셨습니다. 다행히 다른 곳은 아직 괜찮으시네요. 더 늦기 전에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한다면 환자는 어느 치과에서 공감을 경험하겠는가? 그리고 어느 치과를 선택하겠는가? 환자가 느끼는 다른 감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슬픔”도 있다.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 모든 부정적 감정은 치유의 대상이다. 방치하면 전염되고 확산된다. 치유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웃게 하는 것(기쁨)”이 중요하다. 웃음은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높다. 웃음은 직원들과 당신의 행복 지수도 올려 준다. 긍정적인 감정도 전이된다. 미소는 미소를 부른다. 환자와 처음 대면할 때는 우선 거울을 보고 당신의 미소와 먼저 만나기 바란다. 필자는 인공 지능이 인간의 미소를 갖게 될 때가 가장 두렵다.

1999년 개봉되었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주인공 앤드류 마틴(로빈 윌리엄스 분)은 로봇이었지만 인간으로 인정받고, 사랑하는 여인과 법률상의 부부가 되기를 의회에 청원한다. 겉모습과 감정 등 모든 것이 인간과 다르지 않지만 죽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청원은 기각된다. 그러자 마틴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죽어가는 아내 옆에서 눈을 감는데 그 순간 200살된 최고령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마틴의 피부는 인공피부였지만 마틴의 표정은 인간보다 좋았다. 당신의 표정은 평소에 어떤가? 그 동안 공감의 말이나 표정에 인색하였는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다윈의 진화론이 떠오른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다.” 공감의 시대에 당신이 잘 적응하기를 응원한다. 우리는 호모 엠파티쿠스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받습니다. 원장, 직원, 환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나 상담, 고객경험관리, 병원 경영 등에 있어서 고민이나 고충을 보내주시면 함께 길을 찾는 칼럼을 쓰겠습니다.”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CEM Specialist
칼럼니스트, 코치

문의 : rex1118@nate.com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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