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세균들아 너희들은 어디에서 왔니?

2019.05.24 10:10:40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1)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구강 세균들은 자연 환경에서 왔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 간 구강 세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강 세균과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구강 세균에 대해 연구하는 초창기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구강 세균들이 저에게 대화를 걸어준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강 세균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각각의 세균 종(species)들 및 균주(strain)들의 특성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저의 착각일수도^^).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저 한 세균쟁이의 중얼거림이겠거니 하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은 여러 분들께 말씀드리는 내용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로 얻었음을 고백합니다. 다만 여러 치과의사 선생님들께서 이해하시기 쉽게 말씀드리기 위해 “구강 세균과의 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구강 세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들의 구강에 서식하는 세균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제가 이런 질문을 저희 학생들에게 하면 대부분 “부모님의 구강”이라고 답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구강 세균들에게 듣기로는 자신들의 조상은 “땅, 물, 나뭇잎 등등의 자연환경”이라고 합니다.
저희들이 어렸을 때 흙도 주어먹고 산의 맑은 계곡물도 떠먹곤 했었죠.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여러 식물들을 먹기도 하죠. 지금 치주질환의 원인균종이면서 대장암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져 핫 이슈로 부각된 Fusobacterium nucleatum이라는 세균 종은 땅에서도 서식하고 있답니다.
더 재미있는 예는 구강 내 상주균 중 하나인 Streptococcus salivarius가 남미 에콰도르(Ecuador)의 카사바(cassava, 고구마와 비슷)로부터 만든 맥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세균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Ana 등, 2016, DOI 10.7717/peerj.1962).
또한 치아우식증의 주요한 원인균종들인 뮤탄스 그룹 연쇄상구균들(사람에서는 Streptococcus mutansStreptococcus sobrinus가 해당)을 선택적으로 배양하는 배지(20% 설탕이 첨가됨)에 치면세균막을 도말하였더니 나뭇잎에 주로 서식하는 Pantoea agglomerans가 분리되었습니다. P. agglomerans 군락의 모양은 한국인 구강에서 분리된 S. sobrinus와 너무도 흡사하여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그림 1).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P. agglomerans가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아마도 치면세균막을 제공한 분께서 샘플링하기 전에 P. agglomerans가 서식된 야채를 드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니면 대변을 보시고 손을 잘 씻지 않은 손으로 무언가를 드셨든 지요. 왜냐하면, P. agglomerans는 장내세균으로 동물의 대변에서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강과 장에 존재하는 세균 종들 중에서 10~15%가 두 장기에서 같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림 1> 20% 설탕과 bacitracin이 첨가된 Mitis salivarius 한천 배지에서 배양된 한국인 유래 균주들인 Pantoea agglomerans ChDC YP1 (A)와 Streptococcus sobrinus ChDC YS9 (B) 및 서양인 유래 균주인 Streptococcus sobrinus ATCC 33478T (C). P. agglomerans 균주는 1일 배양하였고, S. sobrinus 균주들은 2일 배양하였음. [Lee 등, 2006, IJOB 31(1) p7-10]

사람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세균이랍니다

요즘 여러 언론 매체에서 사람의 몸에 서식하는 세균의 수가 사람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가 많다는 보도를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보다도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의 세포 내에는 세균의 조상이 존재합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사립체)입니다. 산소가 존재하지 않은 원시 대기 조건에서 세균과 같은 원핵세포 생명체와 더불어 무산소성 진핵세포a)가 존재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대기 중에 산소가 점점 많아지고,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호기성 원핵세포(세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 일부가 무산소성 진핵세포 생물에 들어가서(phagocytosis에 의해)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호기성 진핵세포가 되고, 이들이 진화와 진화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사람으로까지 진화를 한 것입니다(그림 2). 이러한 가설을 세포내공생설(endosymbiosi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우연에 의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무산소성 진핵세포가 호기성 세균을 먹이로 생각해서 세포 내로 들여왔는데, 그 중의 일부가 진핵세포의 소화작용(lysosome에 의한 분해)에 저항하는 세균들이 존재하여 자신을 포식한 숙주세포에서 영원히 존재한 것이라 필자는 상상해 봅니다. 이러한 세포내공생설의 근거는 호기성 세균의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전자전달계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비슷하다는 것, 미토콘드리아에도 세균들처럼 이중 나선구조이면서 환형인 DNA와 단백질을 생산하는 공장 역할을 하는 리보솜 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처럼 분열법에 의해 증식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DNA에는 어떤 유전자들(37개)이 암호화되어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맞습니다^^. 전자전달계에 해당하는 효소들의 일부와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rRNA와 tRNA들 입니다.
물론 37개의 유전자만으로는 모든 전자전달계에 해당되는 모든 효소들과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rRNA와 tRNA들을 암호화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필요한 대부분의 세균 유래 유전자들은 숙주인 사람의 핵 내 DNA에 존재합니다.
즉, 호기성 세균이 혐기성 진핵세포에 포식된 후, 죽지 않고 숙주에서 살아남아 진화하면서 대부분의 유전자들을 숙주에 전달해 주고, 자신은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특화된 세포 소기관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의 세포 하나 하나에는 세균의 조상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하나의 사람 세포에는 몇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을까요? 어떤 조직에 있는 세포냐에 따라 수백개에서 수천개씩 있습니다. 사람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세균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몸에 존재하는 세균의 수는 사람의 세포보다 10배가 아닌 수 천에서 수 만배 많겠지요!

앞에서 사람의 구강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자연 환경에서 유래된 것이며, 우리 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세균이라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세균은 어떻게 종(species)로 분류되고 명명되는지, 구강 내에서 세균들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림 2> 세포내공생설의 모식도.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호기성세균(proteobacterium)이 먹이 또는 기생생물로 원시 진핵세포에 들어가게 되어 살아가다가(A), 호기성세균이 미토콘드리아로 진화를 하게 되어 동물 등의 조상이 된 진핵세포로 탄생(B).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um)가 비슷한 과정을 동물의 조상이 된 진핵세포로 들어가게 되고(C),  시아노박테리아가 엽록체로 진화를 하여 식물과 조류의 조상된 진핵세포가 탄생됨(D).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f/fc/Serial_endosymbiosis.svg의 그림을  변형함)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각주 a): 진핵세포의 출현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세균(archia)에 세균(bacteria)이 포식되어 세균은 미토콘드리아가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핵막이 생기면서 원시 진핵세포가 생성되었다는 것입니다(최근 네이처에 실린 논문의 주장임). 이는 필자가 본문에서 소개한 세포내공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이 맞다면, 모든 진핵세포의 조상은 고세균과 세균이 되는 것입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

국중기 조선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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