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가운 벗고 여고 교사 되다

2021.08.04 09:33:58

배 민 씨, 연대치대·서울대 석사·영국 박사 ‘화려한 이력’
“학교서 아이들 가르칠 때 삶의 의미·보람·행복 느낀다”

 

“인턴 때 수술방에서 회의감이 몰려왔어요. 이 직업을 하면 평생 행복할지 확신이 없었죠. 곧 모든 걸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연세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가 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서울대 석사와 영국 박사수료란 라벨도 붙었다. 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배 민(49) 씨 이야기다.


배 민 씨가 교편을 잡은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우선 가르치는 게 좋았다. 본과 2학년 때 대안학교에 가서 교육도 하고, 성당에 나가 주일학교 교사도 다년간 했다. 그 가운데 교사라는 꿈이 움텄고, 교육에 관한 생각은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턴 기간도 빼놓을 수 없는 터닝포인트다. 그는 바쁜 수련기간에도 “내가 과연 이걸 하며 평생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시간이 내 인생에 의미있는 시간일까”와 같은 다소 철학적인 고민에 잠겼고 이 모든 게 합쳐져 결국 1999년, 가운을 벗었다.


이후 행보는 거침없었다. 병원을 나온 그해 홍익대 역사교육학과로 편입한 그는 2004년 졸업과 동시에 첫 근무지로 광주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를 택했다. 이를 기점으로 그는 교사로 완전히 마음을 굳히게 된다.


그는 “당시만 해도 일시적인 도전을 하는 거지 언젠간 치과로 돌아갈 거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교사를 경험하고 이 직업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면서 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술회했다.

 


#11년의 공부, 다시 쥔 분필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그는 당시엔 생경했던 ‘인문의학’이라는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석사 과정을 밟는다. 평범한 역사교사가 아닌 의료인으로서 특별하게 가르칠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여정은 11년간 이어졌다. 7년간의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유학길에 오른 그는 4년간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다.


길어진 가방끈을 메고 그가 향한 곳은 다시 고등학교였다. 그는 “흔히 말하는 1타 강사가 쇼맨십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거라면 나에게 가르친다는 의미는 만난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생각을 사람들하고 만나 나눌 것”이라며 교직에 대한 애착을 내보였다.


배 민 씨는 고등학교 교사를 축복받은 존재로 표현한다. 그는 “교단에 서면 모든 학생이 특별한 존재도 아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나 또한 교사로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의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의 노력은 동료 교사들에게도 인상적이다. 동료들은 그를 ‘선비 같은 학자’, ‘한결같은 마음의 소유자’로 표현한다. 늘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 때문이다. 한 동료 교사는 “다른 일 하시다 온 것도 존경스러운데 자기관리랑 학자 같은 모습을 보면 닮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배 민 씨는 치과의사다. 매년 보수교육을 받으며 면허도 갱신한다. 치과의사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배 민 씨는 “다양한 직업엔 다양한 빛깔의 의미와 보람이 있다. 치과의사도 치과의사만의 행복이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유시온 기자 sion@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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