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아산의료봉사상 수상

2022.09.23 15:30:10

역대 최장 근무, 한센인 구강부터 마음까지 돌봐

‘소록도 슈바이처’.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은 이 수식이 부끄럽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삶을 보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니라는 데에 일견 동의하게 된다.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제34회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수상했다. 27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몸과 마음으로 정성껏 돌본 공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매년 숭고한 봉사정신으로 사회 귀감이 된 인사와 단체를 발굴해 아산상을 수여하고 있다. 오 부장은 아산상 외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받은 이력이 있고, 지난해에도 제1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했다.

 

27년은 국립소록도병원 역대 최장 근무 기록이다. 오 부장은 조선치대 본과 2학년 재학 중 부친과 소록도를 방문,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일생을 이곳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공보의 시절부터 시작된 소록도 생활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근무지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리게 됐다. 두 딸의 고향도 소록도다.

 

언뜻 보면 오 부장과 소록도 주민들은 가족처럼 보인다. 그만큼 격의 없다. 곰살맞은 농담을 주고받는 건 물론이고, 불쑥 마을에 들러 밥을 얻어먹기도 한다. 소록도 내 의료인력이 부족한 탓에 오 부장은 원장 직무대리·의료부장·진료과장을 겸업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그래도 소록도 주민들과 어울리다 보면 즐거워서 그 고됨조차 잊는다고 한다.

 

“어르신들과 추억이 참 많아요. 결혼할 때 한 어르신 부부가 경대·장롱 등 혼수용품을 사라고 3만 원을 건네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섬에서만 계시기 때문에 바깥 실정을 잘 모르셔서 그런건데, 이를 이해하고 나니 너무 감사하면서 마음도 아팠습니다. 지금은 두 분 다 귀천하셨지만, 저를 친아들같이 생각해주신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최근 오 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괴로운 일을 겪었다. 그가 돌보던 환자들이 섬 바깥 코로나19 전담병원 등으로 진료를 받으러 나갔다가 관리소홀 등으로 외려 온몸에 욕창을 얻어왔고, 심지어 몇몇 환자는 외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한센병 환자는 면역력이 취약한 데다가, 대부분 고령자라 만성질환도 지니고 있다.

 

“너무 화가 났죠.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고 새삼 느끼게 됩니다. 20년 넘게 소록도에서 살아온 저희 가족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센병은 결코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제가 받아온 상이 슬프게도 느껴집니다. 그저 다른 의료인처럼 한곳에 머물며 환자를 진료했을 뿐인데, 그들이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제가 특별한 대우를 받았으니까요.”

 

오 부장은 이제 정년까지 5년을 남겨두고 있다. 긴 소록도 생활도 점차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난 2005년부터 가족들과 함께해온 해외 봉사를 계속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겸손히 말했다.

 

“퇴직하면 가족들과 함께 동남아 등지 한센인 마을로 해외 봉사를 다닐 계획이에요. 그때가 되면 소록도 생활이 많이 기억나겠죠? 그러니 지금은 어르신들과 말동무도 해드리고 명절에 전도 부쳐드리면서 더욱 즐겁게 지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김태호 기자 kdatheo@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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